사진. 철학적인 사유를 시각화하다

김장섭 개인전 From Landscape III 리뷰

등록 2010.09.05 16:17수정 2010.09.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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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김장섭은 1970년대 한국모더니즘 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아방가르드적인 작가이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면서 한국사진의 현대화, 국제화 과정에서도 진보적인 역할을 했다. 작가는 오랫동안 사진의 표현형식 탐구에 몰두했다. 풍경을 표현대상으로 다루고 있지만, 대상 자체의 외형적인 느낌과 미적인 가치를 시각화하는데 몰두하기 보다는 작가 자신의 사유세계를 새로운 형식으로 표상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작가는 특정한 표현대상을 선택해서 앵글과 밝기를 차별화해 찍는다. 그 이후에 두 장씩 짝을 지어서 프린트하여 보여 지는 형식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한다. 작가의 작품은 관조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또한 지나치게 과잉의미부여를 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강요하지 않고 감상자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한다.

 

김장섭의 풍경사진은 유미 주의적이거나 대상중심적인 풍경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풍경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의 관조적인 사유세계와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번에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나우(gallery Now)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로 찍은 풍경사진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일산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풍경을 찍었는데, 밝기를 다르게 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묶어서 인화지 한 장에 인화했다. 얼핏 보면 무의미하게 보이는 사소한 장면을 찍은 풍경사진이지만, 작가의 세계관과 미묘한 심적인 영역이 드러나는 최종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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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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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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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From Landscape III ⓒ 김장섭

 

전시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면 사진작업을 하는 작가의 태도와 세계관이 느껴진다. 사물과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여유롭고 철학적이다. 묘한 광선의 흐름을 읽어내서 시각화해 깊이 있는 사유세계가 드러나는 이미지를 생산 한 것이다. 인간의 육안으로는 인지 할 수 없는 빛의 흐름과 대상의 변화를 가장 사진적인 방식으로 재현해서 감상자의 정서를 정화시켜준다.

 

빛의 조화가 만들어낸 밝음과 어두움, 미묘하고 깊이 있는 컬러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생성된 결과물이 김장섭의 풍경사진이다. 그 결과 보는 이들은 사유적인 풍경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철학적인 정신세계와 카메라 메커니즘이 만나서 생산된 사유적인 사진이미지이자 철학의 또 다른 형태로 느껴진다.

 

유미주의적인 풍경사진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표현대상을 좀 더 과장해서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그에 비해서 작가의 풍경사진은 요란한 수사법으로 포장한 것은 아니지만, 진지한 철학적인 사유세계를 바탕으로 사물과 빛을 읽어서 재구성한 사색적인 결과물이자 세계관의 표상이다.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미디어아트이다. 하지만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태도와 사유의 결과물이다. 이번에 작가가 발표한 풍경사진은 그것을 잘 반영한다. 사진 찍기는 대상과 도구의 문제이기 보다는 철학적인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 주는 것이 김장섭의 풍경사진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10. 9. 1(수) - 9. 14(화) 
전시장소: gallery Now

2010.09.05 16:1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전시기간: 2010. 9. 1(수) - 9. 14(화) 
전시장소: gallery Now
#풍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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