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최저임금 요구했더니 기사 68명 전원 해고"

"조합원 68명 전원을 해고했다. 몇 백만 원의 월급을 달라는 것도 아닌데, 길거리로 내몰았다. 최저임금 86만 원 요구가 폐업, 해고의 대상이 된다는 말인가?"

3일 오후 6시경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 대아교통 앞. 15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불법폐업 분쇄'와 '부당해고 박살', '최저임금 쟁취'를 외쳤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 경남지부(지부장 박인규)가 '사업면허 취소․최저임금 쟁취 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 경남지부는 3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대아교통 앞에서 '사업면허 취소, 최저임금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택시운송업계는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7월 1일부터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최저임금법을 둘러싼 택시업계 노사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원 (주)대아교통이라 할 수 있다.

운전기사들은 최저임금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지난 7월 31일 운전기사 68명 전원을 해고한 것이다. 사측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이다.

대아교통 노-사는 최저임금 적용을 놓고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근무시간을 줄여 월 96시간 근무기준으로 월 45만 원(시급 약 4790원)을 제시했다. 택시 기사들의 하루 사납금은 13만 원인데, 사측은 사납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 경남지부는 3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대아교통 앞에서 '사업면허 취소, 최저임금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창원시는 대아교통에 대한 사업면회 취소" 등을 요구했다. ⓒ 윤성효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 경남지부 대아교통분회는 월 209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 85만8990원과 1일 2교대제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분회는 '근로시간 단축'과 '사납금 인상'에 반대하며, 최저임금이 지급돼야 생활안정과 '장시간 노동․저임금' 문제가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대아교통 노-사는 최저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교섭을 벌여 왔다. 그러다가 사측은 지난 6월 26일 '1차 해고 예고통보'를 했고, 7월 16일 '2차 해고 예고'를 했으며, 7월 30일 밤 자정에 해고(휴지)를 통보했다. 운전기사 68명 전원이 해고된 것이다.

노조 분회는 지난 8월 2일 경상남도와 창원시에 '사업면허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노조 분회는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으며,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를 고발했다. 노동자들은 창원시와 창원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사건의 신속처리를 요구했다.

창원시는 지난 8월 16일 "60일 이내에 운행개시하라"는 내용의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다. 대아교통이 운행중단 철회를 하지 않으면 '사업면허취소' 또는 '감차'를 받게 된다. 그러나 노조 분회는 "60일 이내에 운행개시하라는 개선명령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60일 이내'가 아닌 '즉시' 개시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측 "최저임금은 교섭 대상 아니다" ... 사측 "경영상 어려움"

택시업계가 최저임금 시행 여부로 갈등을 빚자 민주택시 경남지부는 최근 시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최저임금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다. 흥정거리도 아니다. 더욱 해고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가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인규 지부장은 "창원시청과 창원고용노동지청 공무원들은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며 "이는 직무유기다. 공무원들은 과연 자기 일 똑바르게 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느냐"고 따졌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오는 추석 이전까지 대아교통 해고사태가 해결 나야 한다. 사측은 성실하게 교섭해야 한다. 추석 전에 합의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본부가 적극 나설 것이다. 이번 대아교통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국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이다"고 강조했다.

김익래 전국운수산업노조 민주택시 수석부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시행하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는데, 대아교통 투쟁은 승리해야 한다"고, 송순호 창원시의원은 "안타깝다. 최저임금법을 어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조 분회는 "택시는 면허사업이다. 진정으로 지불능력이 없으면 관할 행정관청에 면허권을 반납하면 된다. 그런데 대아교통은 면허반납은 커녕 불법폐업과 부당해고를 택하고 지금은 뒷꽁무니로 몇 대의 택시를 빼내 운행하고 있다"며 "이는 창원시장이 사업면허취소를 하지 않고 불법폐업을 묵인․방조한 결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택시 자본 스스로 위장폐업을 했다. 택시 노동자 스스로 운행을 멈춤 것이 아니다"며 "택시자본의 불법 위장폐업과 부당해고에 맞선 노동탄압 중지, 법에 정해진 최저임금을 보장받고자 투쟁하는 것"이라며 "지역 동지들과 연대하고 택시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하여 최저임금 86만 원 이상 반드시 쟁취할 것"을 결의했다.

대아교통 사측은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면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면 임금이 현행과 비교해 250% 정도 인상 된다. 회사로서는 지급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