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하게 자란 우리 집 고구마밭. 밑이 얼마나 들었을까 기대가 된다.
전갑남
보통 고구마는 고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워 순을 심는다. 심을 때 물주기가 중요하다. 순을 꽃은 후 몸살을 앓아 기운을 차리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 그러다 뿌리가 내리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이때 밭고랑에 자란 잡초를 제압해야 풀을 이기고 자란다. 두어 차례 고랑에 난 잡초를 호미로 긁어주고, 줄기가 밭고랑을 덮어버리면 풀 자라는 것은 겁나지 않는다. 그래도 잡초가 군데군데 고개를 쳐들고 자라지만 고구마 밑드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구마가 자랄 때 고라니 녀석들이 순을 잘라먹어 해코지를 하기도 한다. 어린 순을 망가트릴 때는 속이 상하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고라니가 야금야금 먹는 것쯤은 상관없이 큰다.
아내가 잽싼 손놀림으로 많은 양의 고구마순을 따낸다.
"여보, 우리 고구마순이야말로 무공해지?" "그럼,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아도 잘만 자라났지!" 고랑에 난 풀을 잡느라 많은 양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제초제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풀을 호미로 긁어 제압했다. 특별히 거름을 하지 않아도 잘만 자랐다.
아내가 한 아름이 훨씬 넘는 고구마순을 싸서 차에 싣는다.
"당신, 그 많은 양을 어떻게 할 셈인데?" "아는 사람이랑 나눠먹고, 같이 껍질 벗겨 가져올 게요." 사실, 고구마순 요리는 좀 번거롭다.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야하는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양을 벗기기 데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시장 노점에서 할머니들이 고구마순 껍질을 까서 파는데, 그 수고를 생각하면 비싸다는 말을 아껴야할 성싶다.
매콤한 맛과 달큼한 맛의 고구마순 음식 아내가 볼일을 보고 집에 도착했다. 말끔하게 손질해온 고구마순이 수월찮다. 잘 아는 분과 나누고 껍질을 죄다 벗겨왔다. 텃밭에서 부추도 베고 대파도 뽑아온다. 붉은 고추, 풋고추도 금세 사냥한다. 아내는 고구마순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밭에서 구한다.
이것저것을 챙긴 아내가 본격적으로 김치를 담글 모양이다.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아내의 손놀림이 민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