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잔디그림과 함께 설치된 설치작품
심규상
이들은 행사에 앞서 공주시에 '잔디를 깎는 방식으로 잔디 위에 물고기를 그려 넣겠다'고 협의해 구두합의를 얻어냈다.
그림은 뼈만 남은 물고기 모양으로 정부의 '금강살리기 사업'이 '금강 죽이기'이자 '금강 물고기 죽이기'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지난 1월에는 금강살리기 공사현장인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대교 및 골재채취 작업장에서 붕어·대형 잉어 등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강살리기 공사의 일환으로 대책 마련 없이 백제큰다리 보를 트면서 수심이 낮아졌고 한파로 얼음이 얼면서 물고기들이 산소가 부족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강변에서는 지난 3월에도 금강정비사업 추진 현장에서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폐사하는 등 물고기 떼죽음이 수시로 일어났다.
하지만 공주시는 작품을 새긴 후 하루 뒤인 지난 1일 행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통해 일방적으로 그림을 지우겠다고 통보했다. 행사 관계자가 "훼손하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며칠 뒤 현장을 방문하자 이미 작품은 물고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훼손돼 있었다. 또 물고기 모양이 전시물도 철거된 상태였다.
공주시 재난관리과 금강사업팀의 김영종씨는 "작가에게는 연락하지 않고 행사 관계자에게만 연락하고 지난 2일경 남아있는 잔디를 깎아 물고기 그림을 알아볼 수 없게 지웠다"고 밝혔다. 그는 물고기 그림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사전에 물고기 그림을 새긴다고 해 구두허가 했더니 후에 가서 보니 그냥 물고기가 아닌 뼈다귀만 남아 있는 물고기 그림이었다"며 "한 마디로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게 무슨 예술이냐"며 "예술이면 예술 같아야지 이건 예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잔디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급히 잘라낸 이유'를 묻자 "(금강살리기 사업을) '금강 죽이기'라고 일방적으로 표현한 것을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보냐"는 말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작품훼손이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공주시 작품 훼손 관계자 "예술이면 예술 같아야지..." 작품 폄훼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