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성-약장수' 빨래대(hanger), 전선, 전구, 전선, 소켓, 체인, 금속 링, 바퀴, 끈, 약통, 계수기, 다양한 안마기, 플라스틱 과일, 플라스틱 채소, 방울, 말린 인삼, 말린 마늘 200×100×90cm
김형순
이제부터 2층으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감상해보자. '서울 근성(根性)'이란 주제로 한 '황금휴가' '약장수' '얼굴 없는 미녀' 등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받은 인상을 담은 야심작이다. 이 연작은 이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보여준 '살림' 등의 서울버전이다.
'약장수'는 빨래건조대에 알전구에 전원을 연결하여 빛을 발하게 하는 작품으로 작가는 이를 '광원조각(light sculpture)'이라고 부른다. 한 명의 개인이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듯 각각의 알전구가 하나의 전원으로 연결되어 전체를 환히 밝히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발상은 화엄불교에서 말하는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다'와도 통한다.
양혜규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봐도 서울처럼 안마기, 마른 인상 등 건강식품에 열광하는 곳이 없다고 느꼈나보다. 월·화·수·목·금·토·일 주일별 약통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하여간 우리 눈에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것 같은 것들이 여기서 화려하게 부활하여 놀라운 조형미를 낳는다.
서울에서 본 우아한 멋쟁이 형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