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의 한 장면.
청년필름
오는 9월 2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감독 이송희일)는 군대 탈영을 소재로 했다. 홀어머니가 자궁암 말기 선고를 받았지만 의가사제대 신청을 계속 거부당하는 강 일병, 상관에게 집요하게 성추행을 당해 온 박 상병, 고참들의 끊임없는 구타에 시달리던 김 이병 등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가졌다.
<탈주>가 한낱 허구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이 영화가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군대 안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솔직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21일 화천의 한 군부대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가 총기사고로 숨진 데 이어 22일에는 강릉의 한 군부대에서 순찰 중이던 병사가 총상을 입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화천에서 숨진 서아무개(21) 일병은 사고 발생 직전, 선임병으로부터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탄약고 경계근무를 서던 서 일병은 후임병이 나간 사이 '탕'하는 총소리와 함께 발견되었으며 실탄은 서 일병의 K-1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구타와 총기사고와의 관련성을 조사중이지만 선임병의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9일에는 군무이탈(탈영)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육군 모 부대 소속 김아무개 (27) 대위가 강원도 태백시의 한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군인 사망자 수는 감소, 하지만 자살은 증가지난 1월 국방부는 지난해 군내 사망사고가 전년 대비 16%(21건) 줄어든 113건으로 나타나 창군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 사망사고는 지난 2000년 182명, 2002년 158명, 2006년 128명, 2007년 121명, 2008년 134명, 2009년 113명 등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군 사망사고 중 자살에 의한 사망은 여전히 전체 군인 사망원인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전체 군 사망사고 113건 중 자살에 의한 사망사고는 81건. 지난 2000년 82명에서 2005년 64명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이후 2006년 77명, 2007년 80명, 2008년 75명, 2009년 81명 등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5년 군 내부 사망사고 유형별 현황을 보면 2006년 77명, 2007년 80명, 2008년 75명으로 군 내부 사망사고 383명 중 자살이 232명"이라며 "(전체 사망자) 10명 중 6명이 자살사고여서 자살사고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자살원인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사전조치가 취해졌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며 "군인 자살은 국가의 책임인 만큼 국방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으로부터 사고위험이 있는 장병에 대한 진료기록, 학교생활 내역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행 '소원수리제도' 등 병사 구제수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연천 총기난사사고 직후 정부는 병영생활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병영문화개선대책위원회'를 구성, 각종 대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군 인권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제도로 도입을 주장했던 국방 옴부즈만 제도는 처음 취지보다 대폭 후퇴해 당시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군사소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군인 관련 민원을 해결하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군인 인권 강조하면 군 기강이 해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