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로버트 픽튼이 운영하던 돼지농장. 픽튼은 이 농장에서 매춘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체포하고도 보석 석방... 재앙을 부르다
그러던 1997년 로버트 픽튼에게 살해위협을 받고 도망나온 피해자 여성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픽튼을 살인 미수범으로 체포했으나 보석으로 석방했다. 어리석은 판단이 훗날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채.
이때부터 픽튼의 살인행각에는 속도가 붙었다. 밴쿠버 일간지 <밴쿠버 선>에 따르면, 1997년에서 98년 사이 이스트사이드 인근에서 매춘여성의 실종 신고가 속속 접수되기 시작했다.
또한 1998년 경찰은 밴쿠버 포트 코퀴틀람시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여성의 피 묻은 옷가지와 신분증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돼지농장 주인은 다름아닌 1년전 보석으로 풀려난 픽튼이었다. 이후 그에 대한 수사를 위해 돼지농장에서 수사를 벌인 결과, 그는 98년 6명의 실종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경찰의 헛점이 들어난다. 픽튼을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후로도 픽튼의 매춘여성 성폭행, 살인 행진은 계속했다.
경찰은 결국 DNA 검사 결과 및 돼지농장에서 발견된 뼈를 증거로 2002년 픽튼을 체포했다. 이후 20명의 여성 사체가 추가로 발견돼, 픽튼은 현재까지 26명에 대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픽튼이 체포 당시 살해동기 및 방법등을 진술하자 캐나다 전역에는 돼지고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살해후 사체를 돼지사료로 먹였다는 진술은 모든 이들을 경악케 했으며, 일부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냉동고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8년간의 재판... 종신형으로 종결픽튼의 재판은 8년간이나 진행되어오다가 이번 달 '석방없는 종신형'이 내려졌으며, 이어 나머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BC주 대법원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픽튼의 형량 증가는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사건은 종결됐지만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재판 담당관의 보도금지 해제로 픽튼의 살인행각이 이제서야 낱낱이 공개됐고, 희생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피눈물을 쏟아야 했다.
특히 픽튼이 지난 97년 경찰에 한번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자, 피해자 가족들과 언론은 당시 픽튼을 보석으로 풀어주지 않고 의심해봤다면 이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잔인하게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은 비난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재판 종결로 나머지 사건 20여건의 진실이 덮여지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