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 헌법에 부합돼야

등록 2010.08.26 11:11수정 2010.08.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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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했다. 8월 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신임 국무위원 명단을 통보받고 제청권을 행사했으며(전화 통화로), 9일 제청과 관련된 서류에 서명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사후 서명'을 헌법위반 사태로 규정했으나, 정부는 임명 자체를 뒤집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분명 '사후 서명'은 헌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퇴임이 확실한 국무총리가 신임 국무위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정신 자체를 무력화시켰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으며(헌법 제 87조), 각 행정부의 장관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제 94조). 그러므로 퇴임하는 정운찬 총리가 신임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하는 인사는 합헌적 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규정한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초 헌법적 상황이다.

헌법에 규정된 대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각 행정부처를 통할하며(제 86조), 소관 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을 발포하고(제 95조),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제 88조).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인 각 행정부의 장관 사이에 고도의 팀워크가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 87조).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과 각 행정부처 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규정한 헌법정신을 볼 때, 임기를 계속 해 나갈 국무총리가 자신과 함께 일할 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이 확정된 정운찬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형식을 빌어 신임 국무위원 후보자를 확정하여 발표했다.

야당과 정부는 '정운찬 총리의 사후 서명'이라는 절차상 하자를 두고 논쟁을 벌일 뿐, 국무총리가 함께 일할 국무위원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법치와 준법을 선진국의 토대로 볼 만큼, 이명박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한다. 국민의 일반의사인 법률과 그 법률의 제정에 담긴 정신을 지킬 때, 법치가 실현된다. 이번 8.8 개각에서, 법률과 법률정신 모두 사라졌다.

정운찬 총리가 임명제청권 행사 후 서명을 함으로써 헌법 자체를 위반했으며, 퇴임하는 정운찬 총리가 신임 국무위원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정신이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의 제청권은 형식적이며,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한다. 비록 그렇다고 할지라도, 형식적으로나마 헌법과 헌법정신은 존중되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국무총리의 제청권이 헌법적 요건을 갖추거나 헌법정신에 맞게 행사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헌법과 헌법정신을 위반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000 대통령에 이르러서야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이 헌법과 헌법정신에 맞게 행사되었다."
#8. 8 개각 #임명제청권 #국무총리 #국무위원 #헌법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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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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