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치 씨는 "코프 매장의 경우 다른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보다 품질면에서나 가격에서 만족스러워 자주 찾는편"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20년 넘게 코프 아드리아티카의 조합원인 파올라 바치(Paola Bachi)씨. 바치씨의 가족 7명 모두 조합원이다. 그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이곳 매장을 찾는다"면서 "평상시에는 집 주변에 있는 작은 협동조합 매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치씨처럼 볼로냐 시민 대부분은 코프에서 운영하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물론 일반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마트도 있긴 하다. 하지만 볼로냐 시민 3명 가운데 2명꼴로 소비자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이다 보니, 대체로 코프 아드리아티카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바치씨는 현재 정년으로 은퇴한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다. 그가 한 달에 코프 매장에서 사용하는 돈은 약 200유로(한화 30만 원) 정도. 바치씨는 "코프 매장의 경우 다른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보다 품질면에서나 가격에서 만족스러워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최근에 어떤 제품이 만족스러웠는지 물었더니, "코프에서 인증하고, 지역에서 생산해 만든 우유 등 유제품이 가격이나 품질 등이 좋아 자주 구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코프 조합원에게만 할인되는 제품도 많고, 과일이나 육류 등은 생산과 유통과정 등 각종 정보 역시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어 믿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값싸고 품질 좋고 윤리적으로 공정한 제품을 사고파는 사람들
바치씨처럼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매장과 제품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상당했다. 물론 이같은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이 생긴 때가 1854년.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먹을거리와 물품을 팔기 위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미 156년의 시간을 지내오면서 소비자협동조합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가 됐다.
실제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수천 개에 달한다. 또 이탈리아 국민의 60%가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을 정도다. 볼로냐를 주요 무대로 하는 코프 아드리아티카의 경우 조합원 수는 작년말 기준으로 모두 105만8782명. 이페르 코프를 비롯해 대형매장만 16개가 있고, 중소형 매장만 볼로냐 곳곳에 138개에 달한다. 코프 아드리아티카의 작년 매출만 19억4900만 유로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조9000억 원이 넘는다. 이탈리아 한 지역의 소비자협동조합 매출치곤 상당히 큰 규모다.
게다가 이들 소비자협동조합의 경우 매장 운영과 제품 취급 과정에서 그들만의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코프 아드리아티카의 리노 부게리 부회장은 "값싸고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태적으로 친환경적인 제품과 함께 공정한 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인지도 면밀하게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노 부회장은 또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역에서 생산돼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에 대해 '코프(COOP)'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매장 곳곳에 걸린 '일 바쏘또(Il Bassotto)', 경제위기 속 오히려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