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맛보고 있다.
청와대
"MB가 지방선거 이후 7·28 재보선 직전에 보여준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금융 햇살론, 중소기업상생론, 일자리 창출. 심지어 박근혜는 아버지가 못다 이룬 '선진복지국가의 꿈'을 자기가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진보가 한나라당과 확실히 차이 나는 정책을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아마 껍데기까지 다 까이는 신세가 될 것이다."
박석운(56)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23일 오후 '7080운동세력'이 주축인 미래마당이 주최한 '한국정당정치의 바람직한 개편방향' 토론에서다. 그는 "6·2 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로 반짝 기지개를 편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이대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권력교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지 못한 채, 패권주의 논쟁이나 하면서, 적당히 반한나라 기치를 들고, 선거 막판 정치공학적으로 '표를 달라' 구걸한들, 그 어떤 국민들이 그들에게 한 표 던지겠냐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아마 진보를 버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8·8 개각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한 가운데, 임기 반환점을 돈 국정지지도는 48.7%(미디어리서치-머니투데이/8월 4~5일 조사결과)다.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집권 3년차 레임덕을 우려할 시기에 높은 지지도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어묵과 떡볶이, 만두 먹으며 내세운 친서민 정책이 먹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천호선 "민주당과 통합하면 국민참여당 90% 탈당한다"이 즈음, 진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12년 권력교체기엔 야권단일화와 진보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딱히 구체화되는 실체가 없다. 내년 7월쯤이면 거의 대부분의 대선캠프가 차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의를 모아 전선을 칠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백가쟁명식 토론이 날마다 열리는 수준이다.
최근 여러 모임에서는 '새로운 진보'를 위한 토론과 논쟁이 붙고 있다. 대개 50~60명 정도 모이는데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다. 3시간씩 이어지는 토론을 해도 좀체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만큼 전문가도, 대중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모양이다.
논의의 핵심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진보진영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이다. 민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한데 모이자는 '빅텐트론'부터 '비민주당 진보대통합정당론', 개미시민들의 힘을 모은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론'까지 주장은 다양하다.
23일 '정당정치 개편방향' 토론에서는 최근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내건 '빅텐트론'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다. 우선 진보정당들이 통합하고 나중에 민주당을 견인하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반독재 개혁 자유주의정당(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과 급진 진보정당(민노당, 진보신당)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며 "빅텐트론은 일본식 보수정당 패권체제나 미국식 보수-중도자유주의 경쟁체제를 이미 넘어선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는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런 (빅텐트) 식의 대연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노당의 분열이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주장하는 빅텐트식 견해는 사실상 '민주당 확장론'에 다름 아니"라고 못 박았다.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을 위축시키고 민주당을 재강화하는 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다.
따라서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여기에 포괄되지 않은 다양한 진보적 정치세력(시민사회내 진보파+노동좌파 등)들을 통합하는 진보연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도 빅텐트로 뭉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보탰다. 천 최고위원은 "빅텐트는 민주당의 변화와 분화를 수반할 때 가능한데 중장기적으로 굉장히 불투명하다"며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우리 당원의 90%가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연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대연합을 지향하면서 '선 진보연합, 후 민주당 견인' 방식으로 노선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천 최고위원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단독집권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함께 집권하거나 함께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그보다 8개월 앞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연합정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총선은 연합정치의 주체들이 직접 선수로 뛰지 않는 지방선거와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에 연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다. 따라서 대연합을 놓지 않되, 선 진보연합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총선의 연합 협상테이블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