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④] 담수량이 증가해서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하는 자료
박재광
보 건설 후 저수용량이 200으로 된 뒤 수질은 어떻게 되는가? 보 건설 전에는 오염농도는 1/100=0.01로 계산됐다. 보 건설 후에는 오염물질이 0.5로 줄고 (1에서 0.5로 변함) 저수용량이 2배로 늘었다. 오염농도는 0.5/200=0.0025로 계산되어 무려 1/4로 감소한다. 자료에서는 1/500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논점과는 상관없는 사소한 실수로 간주된다. 이러한 계산에서 나는 두 가지 잘못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오류는 '보 건설 후 오염물질이 어떻게 해서 1/2로 줄어들었는가'다. 박 교수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아야 알겠으나 내가 추측하건대, 보의 상류유역에서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비점오염원을 관리하고 등등 4대강 사업에서 발표한대로 총 3.9조 원의 수질개선사업을 시행하면 유역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의 양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측 자료(그림3에서 인용한 환경부 슬라이드 15번)를 보면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여 계획대로 오염물질의 양을 저감시키더라도 수질은 20%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검증해 보아야 한다. 보로 인한 수질악화 현상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보다 근본적인 중대한 오류가 숨어 있다. 상류유역에서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는 것은 "보를 막으면 수질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과는 전혀 별도의 문제다. 이 점은 박 교수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명백한 오류다. '보를 막으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은 보로 흘러드는 유입수 수질의 정도에 관계없이 수질이 나빠진다는 의미이다.
흐르는 물이 정체되면 수질이 얼마나 나빠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경기개발연구원의 수질팀이 2009년 7월에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후속 사업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남한강에서 보를 막아 강이 저수지가 되면 유속이 느려지고 확산계수가 작아져서 수질이 33% 나빠질 것이라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조류 발생으로 인한 수질악화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조류 발생도 포함시키면, 조류의 번성기에 저수지 물은 하천수에 비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최소 50%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 자료의 두 번째 오류는 유량이(나의 해석으로는 수량이다) 100에서 200으로 2배로 증가했는데 오염물질의 양은 늘지 않았다고 계산한 점이다. 앞서 2% 소금물의 예에서 보듯 저수지를 만들어서 저수용량이 2배로 늘어도 똑같은 물이 흘러 들어와서 저수지를 채울 것이므로 담수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수질에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이 자료의 계산이 의미가 있으려면 늘어난 100의 수량은 오염물질이 조금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증류수여야 한다.
소금물의 예에서, 2% 소금물 1리터에 증류수를 1리터 더하여 부피가 2리터가 된다면 소금물의 농도는 반으로 줄어 1%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4대강의 저수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다. 오염물질이 조금도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물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실험실에서 증류수를 만들어서 소방차로 실어다가 저수지에 계속해서 쏟아 붓는다면 이 계산이 맞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그렇지만 상류에서 오염물질의 양을 반으로 줄인 물이 계속 흘러들어온다면 저수지의 수질이 희석되어서 수질이 개선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 질문은 유량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답이 나온다. 저수지의 물은 정체되어 있지만 소주병에 담긴 소주와는 다르다. 오히려 앞서 예를 든,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욕조와 비슷하다. 저수지의 상류에서 물이 계속 흘러들고 일정시간(체류시간) 동안에 저수지를 통과한 후에 최종적으로 저수지의 수문을 통하여 흘러 나간다.
최초에 신설된 저수지를 채울 때를 제외하고, 저수지에 흘러 들어오는 유량과 흘러 나가는 유량은 똑같다. 저수지의 체류시간이 5일이라면 상류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은 5일 후에는 모두 흘러나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상류 유입수의 오염물질이 반으로 줄어 수질이 개선되었다면 5일이 지난 후에는 저수지를 채운 모든 물은 수질이 개선된 물이다. 그러니까 저수지의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여기서 우리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흐르는 물이 정체되면 그때부터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BOD 10ppm의 물이 흘러들면 저수지의 담수량이 커진다고 해서 수질이 변하지는 않으며, 자정능력이 작아지고 조류가 발생하여 수질이 50% 나빠져서 15ppm이 될 것이다. 만일 상류 유역에서 수질오염물질을 반으로 줄여서 BOD 5ppm의 물이 흘러 들어오면 수질은 50% 나빠져서 저수지의 수질은 7.5ppm이 될 것이다. 조류 발생의 조건은 다른 요인도 있으므로 언제 어디서나 꼭 50%가 나빠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유입수의 수질이 좋거나 나쁘거나 저수지로 흘러 들어오면 수질은 그 상태에서부터 악화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만일 상류유역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질개선사업을 성공시켜 유입수의 수질을 BOD 2ppm으로 개선하여도 저수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수질이 나빠져서 최악의 경우 3ppm으로 나빠질 것이다. 물이 정체되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주장은 저수지에 들어온 물에 적용되는 주장이다. 상류에서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면 유입수의 수질이 개선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물그릇의 크기와 수질의 관계를 따져보는 우리의 논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실이다. 흐르는 물을 보로 막아 정체시키면 수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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