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의 고통을 누가 알랴?
임현철
각설하고, 변기통에 앉은 지 한 시간이 넘어가자 얼굴빛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한 소리씩 보탰다.
"아빠,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변기에 가만 좀 앉아 있어요.""낸들 왔다 갔다 하고 싶어 이러는 줄 알아?""화장실 오래 앉아 있는 건 제가 선배네요. 앉아서 아랫배에 힘주고 있으면 나와요. 왔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아빠가 안절부절 하니까 제가 더 안타깝네요."아이들은 며칠 만에 변을 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내게 던진 훈수는 전혀 소용없었다. 참다 참다, 밖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두 시간 째 변이 안 나와. 설사약이나 관장약 좀 사와.""히히~, 병원 응급실에 가요. 그게 더 편해요. 다들 그러다 결국 응급실에 간대.""지금 웃음이 나와. 신랑은 돌아가기 일보 직전이구만. 잔 말 말고 빨리 약이나 사와."버럭 화를 냈다. 변비에 시달린 경험이 있던 아내인지라 그 속을 알 텐데, 야속했다. 아내는 아이들 관장도 심심찮게 했던 이 방면의 도사였다.
"항문에 힘 꽉 줘, 안 되면 응급실에 가야 해"변기 앞에서 씨름하길 세 시간째. 늦게 온 아내가 성의 없이 약을 내밀었다. 관장까지 할 상황이라 몹시 심통이 났다.
"약, 여깄어요.""자네가 해줘. 이 꼴인 나보고 하라고….""더럽게 내가 어떻게 해. 다들 자기가 직접 하드만~, 이상한 남편이네."엉덩이를 까고 바닥에 비스듬히 누웠다. 으~ 으으~ 윽. 항문 속으로 관장약을 넣던 아내가 오금을 팍팍 박았다.
"항문에 힘 꽉 주고 10여분 기다려요. 안 그러면 약이 줄줄 새서 관장약도 소용없어. 꼭꼭, 그렇게 해야 돼. 알았어요? 안 그럼 응급실에 가야 해."죽는 줄 알았다. 항문에 힘을 줘도 힘이 쏠리지 않았다. 우~째, 이런 일이…. 때 이른 망령이 난 건가?
관장의 고통, 약발이 동했을까? 혼신의 힘이 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