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이 드러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왼쪽부터).
오마이뉴스·뉴시스
이명박 정부의 개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후보자 검증 청문회에 앞서 위장 전입을 시인했다.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무려 다섯차례 위장 전입을 했다. 그러나 이들을 지명한 청와대나 당사자들 역시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 더구더나 청와대는 위장전입 문제는 인사를 철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위장 전입으로 지난 10년간 처벌받은 5천여 명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해야 할지, 백도 돈도 없이 위장 전입하는 무모함을 비난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의 다섯차례 위장 전입을 두고 장관 자질이 안 되니 내려 오라고 해야 할지,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고 칭송하고 따라 배워야 할지 혼란스럽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이 교과서 같은 원칙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고 한다. 법의 잣대가 사람의 지위에 따라 달라지고, 권력의 힘에 따라 범법, 위법이 판단된다면 삼권 분립 제도 없이 왕의 한마디에 사람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봉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그렇게 묻는다. 위장 전입자도 능력을 우선해서 발탁하는 것이 실용 정부의 정치 철학이라면 위장 전입을 할 수 있는 사람, 해서는 안 되는 사람도 구분해 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위장 전입 후보자들을 감싸 안아 옹호하려면 지난 정권에서 위장 전입으로 낙마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차제에 위장 전입을 합법화하는 법 개정을 할 용의가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되는 게 아니냐고.
법은 백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율만이 아니다. 법은 촛불들이 넘지 말아야 할 폴리스라인만이 아니다. 방송국 사장이 법의 권고를 무시하고,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법원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권력의 편에 선 자들은 불법 위장 전입에도 하루 아침에 면죄부를 받고 장·차관으로 입각하는 사회.
누가 보더라도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는 끊임 없이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법과 원칙만 강조한다면 법은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기준, 잣대가 아니라 몽둥이이며 신분을 규정하는 사슬일 뿐이다.
누구는 법 위에 군림하고 누구는 법 아래 벌벌 떨고 국회의원, 장·차관이 법을 경시하는데 힘 없는 국민들이 법을 존중할 수 있을까. 권력자들이 법을 경시하고 자의적으로 운용하면 국민들은 법을 무서워하고 기피할 뿐 존중하지는 않는다. 좀도둑은 큰도둑이 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큰도둑은 범법을 면죄 받을 수 있는 도둑을 부러워 한다면 이런 사회는 공정한 사회도,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도 아니다.
국민의 바람은 크지 않다. 이 사회가 만들어진 법과 상식의 수준에서 운용되고 흘러 가길 바란다. 법에서 당장 방송을 중단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화요일 밤에는 MBC에서 드라마 <동이>가 끝나고 <PD수첩>이 나오는 게 맞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라면 그 행위가 옳고 그름을 떠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것이 상식이다. 위장전입의 불법을 저질렀다면 반성하고 공직에서 물러 나는 게 국민이 아는 상식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이유로도 중용하지 않는 게 국민들이 아는 상식이고 법의 원칙이다.
위정자들이여! 제발 법 좀 지키고 살자. 당신들은 법위에 군림하고 국민들은 법 아래서 두려움에 떠는 세상, 진정 당신들이 말하는 법치주의는 아니지 않는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한다. 이 말을 우리 아이에게 삶의 기준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세상. 국민의 바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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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범법자 5천명은 억울합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모두 따라 배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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