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유예'를 의미하는 엠바고를 금수조치라고 설명해 놓았다.
임정훈
제5권의 6·15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오류가 특히 심각하다. 제5권 145쪽에서는 "오늘 중대 발표가 뭡니까?"라고 묻자 정부 관계자가 "엠바고 붙은 거라…"며 말을 아끼는 장면이 나온다. 6·15남북정상회담 개최 성사를 알리는 것이 엠바고라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는 '엠바고'다.
전작권 엠바고나 개각 엠바고 등 '엠바고'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종종 언급됐고 최근에는 "청와대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엠바고 관행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미디어오늘')"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기자나 방송 관계자가 아닌 국민들에게도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엠바고(embago)란 한 나라가 특정 국가에 대해 직·간접 교역, 투자, 금융거래 등 경제 부문의 모든 거래를 중지하는 금수조치"라고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엠바고에는 그런 뜻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엠바고란 '기자들을 상대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일 또는 기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일'을 말한다. 줄여서 흔히 '보도유예'라고도 한다.
당연히 만화 속 본문의 각주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야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금수조치, 즉 수입금지조치라고 설명을 하고 말았다. 작가와 편집진이 제대로 확인하고 퇴고와 교정 등의 작업을 거쳤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엠바고(embago)"의 영어 철자도 embago가 아니라 embargo라고 써야 한다.
일간지에서 시사만평을 그리고 있는 작가가 이를 잘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작가와 편집진이 제대로 확인하고 퇴고와 교정 등의 작업을 거쳤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밖에도 '봉림제라는 서당에서'라고 해야 할 것을 "봉림제라는 서당제에서"(1권 99쪽)라고 한 것이나 '뜨겁다'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해 "뜨거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었던 6월항쟁(4권 82쪽)"이라고 한 문장, '호헌구국선언'을 "호헌국국선언(1권 211쪽)"이라 하고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저 옆에 제일상회 상도 말이여(1권 138쪽)"라고 해놓고 정작 길 건너편에 제일상회는 없고 "오성상회(五星商會)"가 있는 장면 등은 독자 입장에서 보면 생뚱맞음을 넘어 '성의 없음'으로 느껴진다. 이것 말고도 조사나 단어가 틀린 부분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