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포스코 인도제철소, 좌초 위기?

투자양해각서 체결 후 5년 지나도록 첫 삽도 못 떠... 포스코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추진"

등록 2010.08.19 10:03수정 2010.08.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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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중앙정부가 오리사 주 정부에 포스코 제철소 건설 부지 매입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국내 언론은 외신을 인용하여 이같이 전하면서, 이로 인해 연간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려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산림권익법이 포스코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산림권익법(the Forest Rights Act)'은 한 지역에서 75년 이상 산 사람들을 국가의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인도 NGO 단체들은 제철소 건립 예정 지역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대책을 요구해왔다.

 

이로써 건립 예정 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대와 건설부지 용도 변경 지연 등으로 난항을 겪어 온 포스코 인도제철소 착공은 또다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인도 오리사 주와 제철소 건립에 합의하고 5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권 보장 요구와 충돌... 2008년 1명 사망하기도

 

 2005년 포스코와 인도 오리사 주 정부의 제철소 건설을 위한 MOU 체결 장면. 이구택 전 회장이 파트나익 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05년 포스코와 인도 오리사 주 정부의 제철소 건설을 위한 MOU 체결 장면. 이구택 전 회장이 파트나익 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posco.co.kr
2005년 포스코와 인도 오리사 주 정부의 제철소 건설을 위한 MOU 체결 장면. 이구택 전 회장이 파트나익 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posco.co.kr

"인도제철소 건설은 포스코 백년대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인도제철소 건립이 포스코의 숙원 사업임을 보여주는 이구택 포스코 전 회장의 말이다. 2004년 초 이 회장은 "세계 철강업계 대형화 추세에 맞춰 성장 전략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2008년까지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지역에 총 1천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다음해인 2005년 6월, 인도 오리사 주와 제철소 건립에 합의하는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구체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투자규모는 무려 120억 달러. 한국 기업의 해외 단일투자로는 유례없는 규모이며, 인도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곧 뜻밖의 '암초'가 나타났다. 현지 일부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제철소 건립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한국의 재개발 과정에서 많이 나타나는 모습들이 해당 지역에서도 재현되기 시작했다. 공권력의 강경 진압과 그로 인한 유혈 사태다.

 

2007년 오리사 주 정부가 반대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폭력사태가 일어났으며, 이와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주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또 포스코 현지 직원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2008년에는 찬반 주민 충돌로 1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통령까진 나선 '고위 비즈니스'

 

 올해 1월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정상회담
올해 1월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정상회담 president.go.kr
올해 1월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정상회담 ⓒ president.go.kr

이와 같은 혼란 속에 제철소 건립이 지지부진하자 작년 9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인도를 방문해 비바드라 싱 철강성 장관, 핸디크 광산성 장관을 만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면담 때에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2008년 2월에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다시 그해 7월에는 일본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8월 중 제철소 착공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약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도 인도였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때에도 재차 협조를 구했으며, 이에 대해 싱 총리는 역시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꼭 챙기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을 수행한 정 회장도 비바드라 싱 인도 철강성 장관과 만나 "모든 문제와 절차를 4∼5개월 내에 끝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보도됐다. 귀국 후 정 회장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광권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정준양 회장의 낙관적인 전망, 그러나 거듭 '엇박자 브레이크'

 

오리사 주 광권 확보는 포스코의 인도제철소 성공과 직결된 또 다른 현안이다. 광권 확보는 곧 철광석 원료의 '자급자족'을 의미한다. 제품 생산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포스코는 MOU 체결 과정에서 '시굴권'을 명시했고, 작년에 오리사 주는 포스코를 철광석 탐사권 업체로 추천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정에 현지 경쟁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권을 포스코에 뺏기지 않으려고 탐사권 승인 중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을 낸 것이다. 정 회장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 광권 확보 문제는 바로 이 소송을 가리킨 것이었다.

 

얼마 후 '현실'은 정 회장의 말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인도 고등법원은 포스코에 철광석 탐사권을 추천하기로 한 오리사 주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여타 업체들의 탐사권 신청도 새로 검토하라"며 포스코의 광권 확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어 근 한 달여 만에 터져 나온 소식이, 이번 포스코 제철소 건설부지 매입 중단 지시 조치다. 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적어도 이제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준양 회장의 '고위 비즈니스'는 '엇박자 브레이크'에 말려 소리만 요란했던 셈이다.

 

 올해 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인도 철강성 장관의 면담
올해 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인도 철강성 장관의 면담 posco.co.kr
올해 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인도 철강성 장관의 면담 ⓒ posco.co.kr

포스코 "합의와 과정 중시하는 인도사회 특수성으로 이해"

 

일부에서 이번 인도 중앙정부의 조치를 두고 '무산', '좌초', '불시착' 등의 표현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포스코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사전합의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인도사회의 특수성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정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17일 포스코는 서면 답변을 통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인도의 사업환경이 우리나라와 같지 않아 예상치 못한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오리사 주 정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으며, 인도 중앙정부의 철강부 역시 (부지 매입 임시 중단 조치를 내린) 환경부와 한 달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는 말로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착공 지연에 따른 사업 손실을 묻자 포스코 측은 "실제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건이 없으므로 손실은 별로 없다"면서, 연내 착공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인도 중앙정부와 주 정부 간의 현안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에서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원론적인 답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심각한 현지 분위기... 100여 명 부상 유혈사태도 발생

 

또한 산림권익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오리사 주 입장을 전하며 "(문제를 제기한 인도 NGO는) 개발 반대 환경단체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지 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일부 반대론자가 있지만,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는 말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따금 들려오는 현지 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당장 지난 5월 15일에는 인도 경찰이 제철소 건립 반대시위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2명이 중상을 입고 100여 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실탄까지 사용됐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국제시민사회로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는 포스코가 지금까지 쌓아온 국제적인 명성에 큰 흠을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포스코는 명실공히 국민기업이다. 금전적인 손실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적 손실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포스코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 운동을 소개하는 블로그에 올라온 5.15 사건 경과 설명.
포스코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 운동을 소개하는 블로그에 올라온 5.15 사건 경과 설명. stoposco.wordpress.com
포스코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 운동을 소개하는 블로그에 올라온 5.15 사건 경과 설명. ⓒ stoposco.wordpress.com

 

포스코 측 서면 답변 전문

- 최근 인도 정부가 제철소 건설사업 잠정 중단을 주 정부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건설사업 전체에 대한 중단은 아니며, 원주민 보호와 관련해 부지 매입 작업을 일시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 그 이유가 산림권익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오리사 주 정부는 적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산림권익법' 관련 문제를 제기한 인도 현지 NGO는?

"현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현지 NGO가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산림권익법의 어떤 부분과 관련 있나요?

"보호해야 할 원주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리사 주는 이미 모두 해소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 어쨌든 중앙정부가 현행법 위반 여부에 대해 다시 따져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무산 또는 좌초 위기'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리사 주 정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으며, 인도 중앙정부의 철강부 역시 환경부와 한 달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 한국의 상식으로는 오리사 주와 건설합의가 이뤄진 5년 후에야 현행법 관련 검토가 이뤄진다는 것이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회사는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사전 합의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인도사회의 특수성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그밖에도 인도제철소 건설 관련 '잡음'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인도 고등법원이 오리사 주의 포스코 철광석 탐사권 추천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판결을 한 것으로 국내에 알려졌는데요.

"오리사 주 정부가 대법원에 항소할 것이며, 항소결과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지역의 어떤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으나 일부 개발 반대론자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 제철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시각, 또 이번 중앙정부 지시로 무산 위기라는 시각, 각각에 대한 입장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며, 인도의 사업환경이 우리나라와 같지 않아 예상치 못한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 당초 예상보다 착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사업적 손실은?

"실제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건이 없으므로 손실은 별로 없습니다."

- 그럼 인도제철소 착공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봐야 하는지? 올해 안에 가능할지?

"인도 중앙정부와 주 정부 간의 현안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에서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스코 #제철소 #인도 #오리사 #정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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