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연립 4동과 6동 뒷 편 옹벽.
한만송
학부모들을 설득해 다시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9년 10월, 이번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출하면서 송전탑 이전은 또 다시 중단됐다.
송전탑 이설 반대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릴레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법원은 '공사 중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그 사이 조합은 이설 공사 대금 수 억 원을 날렸다.
고지상 재건축조합 조합장은 "10년간 사업이 지연돼 송전탑 이설 비용이 최초에는 1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는 40억원으로 증가해 재건축을 해도 조합원 분담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조합원 모두가 수천 만원씩 빚을 진 상태가 됐는데, 여전히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목화연립에서 만난 6동 한 주민은(72)씨는 "이 더운 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백운역(경인전철)에서 세면을 했다. 송전탑 때문에 하루하루 살기도 버겁다"며 "송전탑은 모두를 위해 있는데, 왜 우리만 그 피해를 입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쪽에선 붕괴위험이 있는 연립주택을 재건축하기 위해 송전탑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고, 한쪽에선 송전선로가 가까워져 피해가 예상되고 불안하다며 이설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근본적 해결방안은 지중화 사업이다.
고지상 조합장은 "지방선거 직전에 민주당에서 송전탑 지중화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니, 송영길 시장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와 부평구는 지중화 사업 예산 분담 문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중화 사업을 할 경우 한전과 지자체가 절반씩 분담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한전이 경영악화로 당장 지중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지자체가 먼저 400억 원을 투입하고 한전이 차후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안이 나왔다.
그러나 시는 자체적으로 400억원을 투자할 수 없는 만큼, '매칭펀드(=일정한 비율로 자금을 부담)'로 부평구도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며 한 발 빼고 있고, 부평구는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결국 시가 팔을 걷지 않고서는 지중화 사업은 요원해 보인다. 시가 적극 나서지 않는 이상 한전 또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화연립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이설 반대 주민들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게릴라성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어, 관계 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