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을 원하나, 분단을 원하나

등록 2010.08.16 16:12수정 2010.08.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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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5일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경제→민족공동체>라는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1. 평화: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랜드바겐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구현해야 한다.

2. 경제공동체: 포괄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남북한 경제의 통합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비핵·개방·3000'을 본격 가동해 북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남북 간 경제격차를 축소하는 과정이다.

3. 민족공동체: 제도의 장벽을 허물고 한민족 모두 존엄과 자유,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단계이다. 통일을 위한 법·제도 통합을 통해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완성하는 단계다.

이명박 대통령의 <평화→경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기존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차이가 없다. 즉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를 말만 살짝 바꾸어, 어떤 특별한 통일정책을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 및 경제공동체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화해협력 단계와 같으며, 민족공동체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남북연합단계 및 통일국가 단계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의 기존 통일정책보다 후퇴하여, 통일보다 대립을 원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외교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가 제시한 통일방안의 제 1단계에서 드러난다. 즉 통일방안 제 1단계 평화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공동체를 제 2단계(경제공동체)로 넘어가는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비핵화 조치의 수단으로 그랜드바겐을 제안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제안은 외교의 출발점, 외교의 목적, 외교의 방법을 무시하는 행태에서 나왔다. 외교의 출발점은 상대방의 인정이며, 외교의 목적은 국가이익이고, 외교에는 적절한 방법(설득 타협 위협)이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남북통일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남북분단을 바라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첫째, 외교의 출발점은 상대방의 인정이다. 즉 상대방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상대방이 가진 모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뿐만 아니라, 협상을 진행시키는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협상테이블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의 출발점을 모른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인정하려하지 않고, 선(先) 비핵화를 모든 대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재조사 및 군사훈련 자제 등과 같은 북한의 요구를 인언지하에 묵살하는 등, 북한을 국가가 아니라 반란집단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를 통일외교가 아니라 분단외교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외교의 목표는 국가이익의 확보이다. 그러므로 외교는 성공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자국의 국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외교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타협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외교목표를 세워야 하고, 상대와 자신의 목표가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교가 평화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선(先) 비핵화라는 남한 국력이 감당할 수 없는 외교목표를 설정했으며, 선(先) 비핵화 후 외교라는 타협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고, 선(先) 비핵화에 상응하는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는 등 남북한의 국가이익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 및 한국단독 군사훈련으로 평화와 무력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적으로 통일외교를 지향하지만, 이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셋째, 외교의 방식이다. 외교는 설득, 타협, 위협 순서로 진행된다. 설득은 의견교환을 통해 상대의 의도와 목표를 를 파악한 후, 자신의 주장이 상대에게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는 방식이다. 타협은 국가간 의사를 교환하면서 상대방이 양보할 수 있는 정도를 파악 한 후, 성공가능한 범위에서 양보(give)와 획득(take)의 범위를 맞추어 나가는 방식이다. 위협은 상대방이 자국의 요구를 수락하지 않으면, 물리적 보복을 당하게 될것이라는 암시를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 1단계와 2단계를 건너뛰고, 제 3단계(경제 원조와 투자 중지 및 군사훈련을 통한 위협) 외교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가능한 방식을 버리고 불가능한 방법을 채택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방식! 북한과 외교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영원한 대립을 원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방안은 기존의 방안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나, 이보다 훨씬 더 후퇴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기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에서 제 1단계인 화해협력에 어떠한 전제 조건도 달지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경제→민족공동체>에서 제 1단계인 평화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라는 북한의 무장해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외교는 통일외교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남북대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남북대화 자체를 막고 있으며,  도저히 확보 불가능한 외교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남북대립을 격화시키고 있으며, 외교방법을 무시함으로써 평화를 벗어나 군사대립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8. 15 경축사 #통일세 #통일방안 #남북통일 #남북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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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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