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Slat
이안나
그는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붓는 내가 당황스러웠던지 우선 목 좀 축이라며 과일 맥주를 건넸다.
- 어떻게 '카우치 서핑'(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 및, 운이 좋다면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을 시작했나요?"가입한 지는 꽤 됬는데, 최근에 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 왜 카우치 서핑 호스트를 하는 거예요?"저는 사람이 좋아요.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 정말 내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다른 문화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을 열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해가는 법을 배운다고나 할까요."
- 그럼 어떤 사람이 좋아요?"글쎄, 좋은 사람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유형을 말해보자면, 단답형으로 네/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 그리고 많이 웃지 않는사람,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꺼리는 편이에요. 그 외엔 뭐 ㅎㅎ"
- 카우치 서핑이 어떤 것 같아요?"진짜 멋지죠. 이건 새로운 개념의 학교죠. 미래엔 학교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겠고요. 모든 사람들이 학생이자 모든 사람이 선생님인. 그런 곳 말이에요. 카우치 서핑은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에요. 이건 교환이죠. 주고받음이라고나 할까. 다른 세상의 지식, 정보 모두 도움이 되는 소중한 지식들이죠. 이런 것들이 하나 둘 모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터가 형성되면 그곳엔 반드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날 거예요. 배우고, 가르치고, 공유하고~~ 좋지 않아요?"
- 카우치 서핑으로 온 사람들은 어땠어요? 친해진 사람도 있나요?"지금까지 5명의 손님이 다녀갔어요. 뉴질랜드, 아일랜드, 미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그리고 한국인인 안나씨까지 6명이네요. 카우치 서핑을 하면 우선 사람들이 각지에서 오니까 그 나라에 대한 설명과 색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재밌어요. 그렇게 이야기 하다 보면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잘 안 맞는 사람도 있죠.
어떤 친구는 무슨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주의를 줘도 집안에 진흙이 잔뜩 묻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고… 그 친구가 머무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어요. 카우치 서핑을 할 때 게스트들은(손님) 호스트의 개인 생활을 존중해줘야 되는데 밤늦게까지 인터넷을 하거나 그나라 문화에 따르지 않거나하면 아무래도 힘들죠. 정말 잠만 자러 온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티가 나요.
그래도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요. 제 컴퓨터가 고장났었는데, 컴퓨터를 고쳐준 친구도 있고, 문화, 피부색, 나라 모든 게 다른데 음악 스타일 혹은 공통 관심사가 비슷해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얼마전 마그누스(Magnus)라는 네덜란드 친구가 왔었는데, 아! 바로 안나씨 전에 온 사람이에요. 그 친구가 음악 믹스를 하는데~ 음.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로 막 믹스를 해주더라고요, 하하.
얼마 전엔 같이 술을 먹고 놀다가 필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예전에 공부하던 학교 주차장에 가서 음악을 틀고 친구들한테 함께 놀자고 연락했어요. 결국 아무도 안 나왔지만, 하하. 그 다음에 공동묘지에 가서 함께 술을 마셨어요. 아참, 일본의 공동묘지는 한국의 공동묘지랑 달라요. 그렇게 무섭진 않아요. 음, 놀았다고 하니깐 좀 이상할 순 있겠지만, 비석 주변에 술도 부으면서 예의를 지켰죠. 어쨌든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