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시작일본지하철 노선 확인
이안나
날씨도 덥고, 끈적 거리고 일본으로 떠나기도 전에 더위를 먹은 것일까? 히토리(ひとり)는 '한 사람, 한명 그리고 홀로', '히토리봇치'(ひとりぼっち)는 외톨이. 오래 전 보았던 일본만화에 자주 나오던 단어였다.
갑자기 떠오르는 건 지금 내가 히토리, 아니 히토리봇치로 느껴졌기 때문일까? 홀로 2주 여행. 외롭고, 위험한 여정일 수도 있겠지?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구매해 버린 표는 어찌하리오. 탑승 안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래, 저지르는 거다. 우르르 모여드는 사람들 속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었다.
김포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승무원의 주문에 걸려들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비행기 안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상큼한 감귤 아가씨 같은 승무원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를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여러분. 일본까지 여행하시는데 무료한 시간을 틈타 저희 항공에서는 간단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주무시거나 조용한 여행을 워하는 분들께 방해가 된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리겠습니다…."승무원의 낭랑한 한국어/일어 목소리가 비행기 안에서 쨍쨍 거렸다. 이 항공사에선 승무원과의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단다. 자던 사람들도 부스럭 대며 일어나고 떠들던 꼬맹이들도 승무원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벤트 참가를 위해 높이 치켜든 팔들을 보니 호응도가 대단하다. 2~3분간 진행된 간단한 가위바위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비행기 내에 활력이 돌았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승무원은 상품을 우승자에게 나눠 준 후 흡족한,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희 항공을 이용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여러분 모두 가족과 연인과 친구의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잠시 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좋은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승무원의 활기찬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따뜻한 에너지가 실려 있는 듯했다. 승무원은 다시 한번 예쁘고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과, 그리고 사랑에서도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크리스마스날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사탕 선물 같이 예쁘고 달콤하지만 얇게 스쳐 지나가는 승무원의 인사말. 승무원은 매번 비행을 할 때마다 이 가벼운 주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걸어왔을까? 승무원에게는 "즐거우세요"라는 주문을 읊조리는 일이 매 비행의 끝무렵마다 수행해야 하는 일종의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그 주문에 걸려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폴짝 폴짝 옮겨다니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여행은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하지만 가벼운 행해진 의식일지라도 순간 내겐 진실되게 다가왔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이던가? '노력해라, 열심히 살자, 돈을 많이 벌자, 예뻐지자'라는 식상하고 무거운 말들보다 얼마나 따뜻하고 예쁜 말인가?
정말 모두에게 좋은일들만 가득하기를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여행에서도, 그리고 추억을 훌훌 털고 돌아갈 일상에서도 말이다. 히토리건 히토리봇치건 뭐 어떠랴. 분명히 일본에 가서도 재밌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텐데.
일본어로 도배된 풍경들... 일본에 왔구나이륙한 후 정확히 1시간 40분 만에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 40분은 차가 막힐 때 우리집에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바다 건너 섬나라까지 이 짧은 시간에 와버렸다니, 일본은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카우치 서핑 호스트 진을 만나기 전까지 약 3시간 남짓 여유가 있었다. 이 시간 동안 간단히 관광을 하려고 난바역으로 향했다. 간사이 공항역에서 오사카 중심부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택시, 리무진, 지하철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나는 사람 구경도 할 겸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