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유명환' 가면 쓰면 불법 집회?

대학생들의 '유명환 외통부 장관 유임 반발 퍼포먼스' 무산된 까닭

등록 2010.08.11 20:10수정 2010.08.1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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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 마스크와 피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들이 달려들어 불법시위용품이라며 부수거나 뺏어갔다. 한 학생이 유명환 장관 마스크를 쓰려고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뺏으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 마스크와 피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들이 달려들어 불법시위용품이라며 부수거나 뺏어갔다. 한 학생이 유명환 장관 마스크를 쓰려고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뺏으려 하고 있다.권우성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 마스크와 피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들이 달려들어 불법시위용품이라며 부수거나 뺏어갔다. 한 학생이 유명환 장관 마스크를 쓰려고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뺏으려 하고 있다. ⓒ 권우성
 경찰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의 마스크를 주워가고 있다.
경찰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의 마스크를 주워가고 있다.권우성
경찰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의 마스크를 주워가고 있다. ⓒ 권우성

"'막말' 유명환 장관,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

"맹목적 대미외교 즉각 중단하고 자주 외교 추진하라."

 

위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 두 개에 사람 얼굴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각각 나있다. 이 구멍에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가면을 쓴 학생들이 얼굴을 내민 후 물폭탄 세례를 맞을 예정이었다. 8·8 개각 때 유명환 장관이 유임된 것을 반대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퍼포먼스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이 나 버렸다. 경찰이 "불법 집회물"이라며 플래카드를 무참히 부숴 버렸기 때문. 20여 명의 경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장관의 얼굴 가면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진 기자들이 가면을 찍자 경찰은 이마저도 들고 가 버렸다. 현장에는 허탈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플래카드가 반 토막 난 곳은 기자회견장이었다. 외교에 대해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학술연합 동아리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11일 오후 외교통상부 앞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해임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외교통상부와 대한민국의 외교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류이슬 외교통상연구회 회장은 "외통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독자적인 이란 제재를 추진하고 있고, 리비아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스파이를 했다는 이유로 영사가 추방되는 지경이며,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한미군사훈련으로 한중관계, 남북관계가 전쟁 직전으로 몰렸다"며 "이를 주도한 유명환 장관이 유임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어 류 회장은 "우리가 무섭지 않다면 외통부가 우리의 요구에 답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연구회 회원들은 유 장관이 해임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박세준 외교통상연구회 회원은 "지난 한 달 동안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이 세 번이나 있었다"며 "특히 공격을 담당하는 핵 항공모함을 발진시킨 것은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말을 아끼던 중국조차 9차례나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에 먹구름이 끼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제재로 자원 위기, 한반도 전쟁위기... "미국 올인 외교 때문"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대미 사대굴종 외교 폐기' '이란 독자 제재안 중단' '한미합동해상훈련 중단' '유명환 장관 해임'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통상부에 공개토론 요청서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대미 사대굴종 외교 폐기' '이란 독자 제재안 중단' '한미합동해상훈련 중단' '유명환 장관 해임'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통상부에 공개토론 요청서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권우성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 외교통상연구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앞에서 '대미 사대굴종 외교 폐기' '이란 독자 제재안 중단' '한미합동해상훈련 중단' '유명환 장관 해임'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통상부에 공개토론 요청서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권우성
 경찰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외교통상부 건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경찰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외교통상부 건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권우성
경찰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외교통상부 건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 권우성

역시 연구회 회원인 김다슬씨는 "21세기엔 자원외교가 굉장히 중요한데, 막대한 석유자원을 지닌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동조해 이란과 척을 지겠다는 것이 바람직한 외교인지 묻고 싶다"며 "이란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2000여 개 업체들도 이란에서 쫓겨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10학번 박지은씨는 "이제껏 꿈꾸던 외교의 모습과 현실이 너무도 다르다"며 "무조건적으로 미국만 따르는 사대외교를 펼치는 유명환 장관은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대한민국 외교를 바꾸는 젊은 지성'이라고 연구회를 소개한 학생들은 하나 같이 "유 장관의 빵점짜리 외교"에 대해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미국 올인 외교, 사대 외교로 빚어진 일인데, 이번 개각을 살펴보니 이러한 기조를 G20까지 끌고 가려함을 알 수 있다"며 "미 패권 몰락이 기정사실화되는 G20에서까지 '우리는 미국밖에 모릅니다' 하고 다닐 것이냐"라며 정부의 외교 정책에 일침을 놓았다.

 

한편, 류이슬 회장은 경찰들이 퍼포먼스를 방해한 것에 대해 "우리가 폭력적으로 외교통상부를 향해 무엇을 던지겠다는 것도 아닌데 경찰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면 플래카드를 부쉈다"며 "정부의 공안탄압을 실제로 경험하니 새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2010.08.11 20:10ⓒ 2010 OhmyNews
#8.8 개각 #유명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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