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청년실업대책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유성호
졸업을 1년 앞둔 대학교 4학년생 황희남(26)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대학 졸업하고 지방 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한 뒤 (대기업) 입사 지원 자격을 줘야 한다"라고 한 말을 듣고 난 후 첫 반응이었다. '설마' 싶었던 것이다.
"이 내정자의 말을 들었을 땐 개그를 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내 상식으로는 연륜 있는 정치인이 할 법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심이었다. 황씨는 "이후에 '일자리 문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이 내정자의 해명을 들으니 앞서 한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며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소수 대기업, 소수 정치권력만을 위하는 이 내정자의 눈높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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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난 청년들 "재수한 이재오는 장관하지 말라" ⓒ 오대양
"재수 국회의원은 장관 못하게, 이재오를 6개월 인턴장관으로"'중소기업 취직' 말고도 문제가 된 발언은 또 있다. '재수생 발언'이다. 이 내정자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청년실업 대책으로 '중소기업 취직' 발언을 한 것과 더불어 "대학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하는데 우선 1~2년 일하고 일한 성적 갖고 대학 가야 한다, 어떻게든 놀고먹는 애들은 없어야 한다"는 '재수생 발언'도 했다. 8.8 개각으로 특임장관에 임명되기 하루 전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 보도돼 "이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청년실업자 1인에 포함될지 모르는 대학생들의 성토가 거세다. 전성원 인하대 부총학생회장은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정부를 보며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분석만 제대로 못하는 줄 알았는데 청년 실업 문제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어둡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며 "누가 놀고먹냐, 20대 청년들이 하나같이 도서관에서 '스펙'만 키우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10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 막말 무개념, 이재오 특임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청년실업해결네트워크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부총학생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전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4일부터 청년실업해결 전국도보순례단을 이끌며 '청년 고용문제를 해결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국을 돌던 차였다. 그러던 중 이재오 내정자의 발언을 접한 후 급히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 부회장과 함께 도보순례를 하던 40여 명의 학생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연두색 삽을 한 손에 들고 '청년에게 일자리를, 삽보다 잡(job)'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들 앞에는 '재수 국회의원은 장관 못하게, 이재오를 6개월 인턴장관으로'라는 플래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단기 아르바이트의 서러움을 알도록 이재오 내정자를 6개월 장관으로 임명하자는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