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경찰청장과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주연
실책은 또 있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어린이 아동 성폭행 사건이 잇따랐지만 "서울 경찰이 치안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며 조 내정자는 책임을 회피했다. 대신 양천서 사건, 아동 성폭행 사건 등의 모든 책임은 임기를 7개월 남겨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지고 사퇴했다.
강 전 경찰청장이 떠난 자리에 이젠 조 내정자가 앉을 예정이다. '경비통'인 조 내정자가 지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치안 문제를 담당할 적임자로 지목 받아 온 것이 유효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천서 고문사건 등에 대해 조현오씨가 책임도 지지 않고 발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고문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조현오씨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민에 대한 무시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따라 정권의 이익을 가장 극대화해 줄 적임자로 조 내정자를 꼽은 것 같다"며 "국민에게 심각한 우려를 줬던 고문 사건이 있은 후 진행된 인사로 믿기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강희락 청장, 임기 7개월 남기고 사퇴한 까닭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제기되는 분석은 또 있다. 조 내정자의 발탁이 다음 경찰 총수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희락 청장의 임기를 단축하면서까지 사퇴 시킨 배경에는 집권 후반기에 영포라인의 측근 공직자(이강덕 부산청장)를 전진 배치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서울청장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강덕) 부산청장은 영포라인의 핵심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인사가 벌어진다면 경찰 인사 중에서 초초고속 승진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져 경찰의 인사질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조 내정자의 다음 경찰 총수로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을 낙점한 뒤 이번 인사에서는 이 청장을 서울경찰청장에 앉히는 계산이 내각개편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만일 강희락 전 청장이 7개월의 임기를 채웠다면 다음 경찰청장은 이 대통령과 같이 임기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강 청장을 사퇴시키고 다음 내정자를 임명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조 내정자가 임기를 마치는 2012년 8월에 한 번 더 경찰청장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2013년 2월)까지 경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있을 만한 사람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