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보 고공농성자 "문수 스님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다"

공사장 철탑 농성 19일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리, 9일 오전 창원지법 밀양지원

등록 2010.08.09 11:32수정 2010.08.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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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고 가난한 자들, 포클레인 삽날에 찢기고 갈린 우리의 강과 만생명들을 위해 스스로 불태웠던 문수 스님을 생각하면 밥을 먹고 똥 싸고 고함만 질러대는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집니다."

19일째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 철탑(타워크레인)에서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하늘정원'에서 보내온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문수스님 소신공양추모위원회'는 8일 오후 창원 동읍 낙동강선원에서 '산골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불모산영산재보존회가 공연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문수스님 소신공양추모위원회'는 8일 오후 창원 동읍 낙동강선원에서 '산골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불모산영산재보존회가 공연하고 있다.윤성효

9일 낙동강국민연대는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휴대전화로 보내온 '편지'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전날(8일) '편지'를 썼는데, 이날 오후 함안보 공사장에서 3km 하류에 있는 낙동강선원(창원시 동읍)에서는 '문수 스님 산골재'가 열렸다.

다음은 이환문 국장이 보내온 '하늘정원 편지' 전문이다.

"새벽부터 까마귀들이 공사장 곳곳에서 슬피 울었습니다. 큰 놈 두 마리와 작은 놈 두 마리 모두 네 마리였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공사장 곳곳에서 맴돌며 슬피 울다가 주간조 공사가 시작되자, 낙동강선원이 있는 본포 나루터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가끔 산에서 우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공사현장까지, 그것도 네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그리 슬피 울기는 농성 이후 처음입니다.

마침 오늘 문수스님께서 이곳으로 오십니다. 바로 이곳 함안보 현장에서 2~3km 떨어진 본포 나루터에서 오후 2시 문수스님 산골재가 거행될 예정입니다.새벽부터 까마귀가 구슬피 운 것이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헐벗고 가난한 자들, 포클레인 삽날에 찢기고 갈린 우리의 강과 만생명들을 위해 스스로 불태웠던 문수 스님을 생각하면 밥을 먹고 똥 싸고 고함만 질러대는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집니다. 하지만 스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니 이제부터라도 스님과 함께 정말 제대로 4대강 삽질 광란을 막아내 볼랍니다."

함안보 시공업체인 지에스(GS)건설과 하청업체인 정원종합건설이 고공농성 중인 이환문·최수영 진주·부산환경연합 사무국(처)장을 상대로 낸 '함안보퇴거및명도단행가처분신청' 심리가 9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린다. 낙동강국민연대 측에서는 박미애·강동규 변호사가 참여해 두 활동가를 변론한다.


함안보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순례에 나선 대학생 80여 명이 9일 오후 '함안보 농성 지원상황실'을 찾는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생명평화미사'를 열고, '촛불문화제'는 이날 저녁 7시 열린다.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함안보 #문수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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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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