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꽃다지 콘서트(오른쪽 두 번째가 정혜윤씨).
오도엽
정혜윤씨는 가수입니다.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출산을 코앞에 둘 때까지 하루 서너 차례 공연을 마다않고 달렸습니다. <민들레처럼>뿐만 아니라 <단결투쟁가>, <가자 노동해방>과 같은 목과 함께 몸을 한껏 질러야 할 노래까지 아낌없이 무대에 토해냈습니다.
"둘째를 낳고는 무척 힘들었어요. 한결이도 용재도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정말 애들만 좋아질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내 인생을 모조리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꽃다지로 돌아가겠다는 마음도 없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요."한결이를 낳고는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8개월 만에 복귀합니다. 하지만 용재를 낳고서는 삼년 육 개월을 쉬다가 2009년 12월에야 꽃다지로 돌아왔습니다.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꽃다지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어요"가수 정혜윤씨도 어떤 날은 무대에 서기 싫습니다. "오늘은 노래가 귀찮네"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잠겼던 목소리도, 무겁던 몸도, 귀찮던 감정도 깡그리 사라집니다. 무대에 선 그녀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 남습니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만이 마이크 앞에 서 있습니다.
수원이 집인 정혜윤씨가 서울 구로에 있는 연습실까지 오려면 한 시간 삼십 분. 하루에 세 시간을 오로지 출퇴근하는데 바칩니다. 아침에 일어나 큰 애 학교 보내고, 작은 애 어린이집 보내고, 연습실에 오고, 공연 나가고, 수원으로 돌아가 어린이집에서 둘째 찾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나무라고, 어느새 그녀의 몸무게는 천근이 됩니다. 아니 만근입니다.
처음 내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해 / 좀 더 나은 무언갈 찾으려해 / 꿈꾸던 걸 조금씩 이루려고 해 /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하려고 해 [꽃다지 3집 음반 <진주> 실린 '이런 마음으로' 가운데서]"꽃다지요? 힘든 사람들 옆에서 그냥 편한 노래를 들려주었으면 좋겠어요. 힘든 사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노래를 더 많이 불렀으면 좋겠어요. 즐거울 때도 꽃다지 노래, 힘들 때도 꽃다지 노래, 싸울 때도 꽃다지 노래, 이렇게요. 꽃다지는 이런 노래만을 해야 해. 꽃다지는 여기서만 노래해야 돼,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언덕길에 무리지어 피어난 들꽃처럼 아픔과 서러움을 가진 이의 곁에, 사랑이 그리운 사람 곁에, 때론 싸움터에, 때론 거리에, 때론 공장에, 때론 결식아동에게 따스한 밥 한공기를 건네는 곳에 꽃다지가 있기를 가수 정혜윤은 꿈꿉니다.
"목소리 높여 지르는 노래보다 중간 음역 대에서 편하게, 맛깔스럽게 부르는 노래가 좋아요. 좀 투박해도 맛있게 부르는 노래요."그녀는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관객이 아니라 내 가족처럼 여겨집니다. 꽃다지 십년, 가수 정혜윤씨에게 노래는 삶이자 철학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며 뜨거운 사랑입니다. 꽃다지는 그녀의 일터이자, 삶터, 그녀의 우주이자 미치도록 사랑하는 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