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끝무렵에 나온 임응식 님 "한국의 고건축" 사진책들.
최종규
― 韓國의 古建築 ④ 七宮 (임응식,광장,1977/판 끊어짐)사진찍기를 처음 배우려 하는 분들한테나, 사진찍기를 제법 해 왔으나 '식구들 사진 아니고는 찍어 보지 못했다'고 하는 분들한테나 으레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진기는 다 똑같은 사진기이니, 더 값나가는 값진 사진기를 굳이 장만하려고 하지 마시라고. 덧붙여, 더 값나가는 사진기 한 대 장만할 돈만큼 사진책을 먼저 장만하여 죽 들여다본 다음에 사진기를 새로 사도 늦지 않다고. 이리하여, 하루아침에 사진책을 한꺼번에 장만하지 말고 틈틈이 책방마실을 다리품 팔며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으로만 한두 권씩 장만하며 사진기 값만큼 썼다 싶을 때에 비로소 사진기를 장만한다면 굳이 사진강의나 사진교실을 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에 들 뿐 아니라 스스로 바라는 사진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우리나라는 사진책이 아주 안 팔립니다. 책마을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책이 안 팔린다'면서 우는 소리를 내지만, 사진책을 만들어 온 책마을 일꾼은 예나 이제나 '책 팔기 힘들어' 골골거리면서도 사진책 하나를 힘써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안 팔리는 책을 꼽자면 사진책과 함께 환경책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올바르고 아름다이 일구자는 뜻을 담은 환경책은 아주 뜻밖에 아주 안 팔립니다. 이름난 출판사에서 광고돈 제법 들여 알리지 않고서야 거의 안 팔립니다. 이는 사진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름난 출판사에서 광고돈 들여 널리 알리면 곧잘 팔립니다.
문학책이 문학쟁이 한 사람이 일군 문학이라는 열매 하나를 담은 책이라면 사진책은 사진쟁이 한 사람이 일군 사진이라는 열매 하나를 담은 책입니다. 그런데, 문학책을 즐거이 사 읽으며 문학맛을 보려는 사람은 있되, 사진책을 기쁘게 사 넘기며 사진맛을 보려는 사람은 좀처럼 드뭅니다. 이러는 가운데 몇 가지 사진책은 아주 불티나게 팔립니다. 잘 안 팔릴 뿐 아니라 거의 안 팔린다는 사진책이라 하지만, '사진 더 잘 찍는 솜씨를 말하는 책'이라든지 '사랑받는 연예인 화보를 담은 책'이라든지 '곱상한 사진으로 멋을 부리는 포토에세이'라든지 '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교재로 쓰는 책'만큼은 제법 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