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손학규' 3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당대회. 사진은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7월 15일 서울 은평을 유세장.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상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소연
지도체제의 선택 기준은 수권능력 강화에 기여할지 여부
그런데 집단 지도체제엔 문제가 있다. 우선 첫째는 당의 리더십이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야당의 생명은 일사불란하게 강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여권이 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터이고 보면, 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 대표에게 당을 책임 있게 이끌어갈 권한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 노동당이 1997년, 영국 보수당이 금년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것은 블레어와 캐머런 당수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집단 지도체제 하에선 대권 주자는 성장할 수 있으나 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이 잘 보여주듯이, 지도부 안에서 최고위원들 간에 사사건건 티격태격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집단 지도체제의 일상적 모습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최고위원 또는 대권 주자의 능력에 대한 검증도 가능해지고, 그들 중 누군가가 대중적 지지를 끌어올릴 기회도 갖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은 내부 갈등과 분열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소탐대실이다.
마지막으로, 당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한다면 대권주자들로 거의 채워질 게 불가피하다. 당의 미래를 짊어진 세대들은 지도부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정당정치 전략으로도 그렇지만,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세대교체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퇴행적이다.
집단 지도체제는 경험적으로도 실패한 제도다. 2000년 출범한 새천년민주당의 집단 지도체는 2002년 승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집단 지도체제는 홍삼트리오 논란 등을 비롯한 온갖 악재와 비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끝없는 추락 끝에 부랴부랴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당의 골간을 다 바꿔야 했다. 열린우리당이 채택했던 집단 지도체제 역시 당의 기반 확대나 유력한 대권 주자의 양성은커녕 숱한 사상자를 냈고, 마침내 대선에서의 참혹한 패배를 초래했다.
현재 여당의 의석은 180석이다.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되듯 여권의 힘은 아직 여전하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약하고, 견고하지 못하다. 대권 주자의 면면에서도 야권보다는 여권이 풍부하고, 경쟁력에서도 여권이 더 나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텔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통합(30.5%)이나 인재 발굴 및 영입(17.3%), 선명성 강화(16.8%)와 집권능력 강화(15.4%) 등이다. 설문을 달리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당의 안정(26.4%)과 당 쇄신(25.7%), 야권연대(11.5%)와 MB정권 견제(10.8%)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는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만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됐든 강력한 리더십이 당의 기반을 넓히고 수권정당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012년 성패의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지도체제는 자명하다. 지도체제 문제를 세의 유․불리나 표의 득실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승리의 길이 아니라 패배의 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이전에 견재해야 할 원칙이 있다. 최근의 여론흐름이나 선거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민의는 독선에 대한 거부다. 따라서 민주당도 하나의 제도만이 무조건 옳다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는 열린 자세을 가져야 한다. 단일성이든 집단이든 하나의 지도체제가 무조건 낫거나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두 제도의 기저에 깔린 긍정적 의미는 가능하면 살려가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십, 대권 경쟁의 무대 제공, 세대교체의 의미를 동시에 살려가는 묘안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갑론을박의 삿대질이 아니다. 선의를 갖고 차분하게 상생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전당대회가 반당대회로 진행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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