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강제노역설'을 가장 먼저 지면에 올린 2010년 7월 28일자 <조선> 만물상 칼럼
조선일보
첫 번째 '김정훈 북한축구팀 감독의 강제노역설'은 <조선>이 7월 28일자 '만물상' 칼럼 '북한 축구팀 사상비판'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해 '카더라' 형식으로 토스한 것을 '엘로우저널리즘'의 선구 <더 선>이 받아서 스파이크한 것이다. 여유 있으신 분들은 <조선> 자매지 <스포츠조선>에 올려져있는 '김정훈 강제노역설 사실무근'(08.03) 기사도 마저 찾아 읽어보시라.
두 번째로 소개한 '중국 지식인들의 북한 비판설'은 2010년 5월 21일자 <조선일보> A6면에 게재된 '"中, 과감한 조치로 '북한의 인질'에서 벗어나라" 중국내 진보적 지식인들 촉구' 기사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이후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소속 줘따페이 연구원이 "완전 날조"라며 강력 항의하자, <조선일보>는 26일 '바로 잡습니다' 코너(A2)를 통해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정부 시연회 결과 애플사의 '아이폰'이 도청 가능하다는 세 번째 글은 <조선일보>가 '스마트폰 도청 위험'이란 제목을 달아 지난 5월 20일자 1면톱으로 보도한 단독기사다. 그러나 당시 정부시연회에서 도청 사실이 드러난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옴니아2였다. 애플사의 항의 직후 <조선일보>는 '아이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름만 바꿔 기사를 수정했다.
네 번째로 소개한 글 역시 <조선일보>가 2009년 12월 17일자 1면 톱으로 큼지막하게 보도한 '태국 억류 北 수송기 "대포동 2호 부품 나왔다"'기사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 직후 태국 정부 대변인은 "태국에 억류된 북한발 무기 수송기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 부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이에 대해 정정보도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마지막으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탤런트 양미경 자살설'은 <조선일보> 온라인판인 <조선닷컴>이 2009년 12월 17일 단독으로 내보낸 '오보 오브 오보' 기사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양수경씨의 동생 고 양미경씨를 탤런트 양미경으로 착각한 케이스. 파문이 커지자 <조선닷컴>은 홈페이지에 '양미경씨 관련보도는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자! 어떤가. <조선일보>의 작문실력이? 신문은 '사실'로 말하고 기사는 '정확'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가뿐히 즈려밟고 오직 소설가들에게만 허락된 픽션과 환타지의 신천신지까지 거침없이 내닫는 <조선일보>의 창작열이 이 정도다. 보는 이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조선>의 걸작 컬렉션은 사실 이것들 말고도 많다.
김정일 방중 한 달 전에 작성한 사설 '미묘한 시기에 이뤄지는 김정일 중국 방문'(04.02)을 비롯, 신문의 상상력을 만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北공작원 13명, 반잠수정 타고 공격'(04.20, A4)과 '인간어뢰'(04.22, A1), 그리고 美보안전문가들마저 고개를 내저은 '사이버테러 북한 배후설'(2009.07.11, A1) 등에 이르기까지, '팩트'를 거세시킨 <조선일보>의 소설들은 이 모양 차고 넘친다.
이쯤에서 문제 하나 더, 창간기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신문은?
"이런 기본정신 아래 우리가 간단없이 채찍질해야 하는 것은 정확성이며 공정성이고 균형감각이며 정직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성이다. 신문의 책임성은 이 시대적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는 방대한 '사이버 언론 '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신문이 갖는 책임성의 상대적 의미를 우리는 통감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보도의 책임성 정확성을 신속성위에 두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이며 우리가 그 책임성에 위배되는 일을 했을 때 엄중한 사회적 징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자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답은 뻔하니까. <조선일보> 아니면 어느 누가 이렇듯 당당하고 이렇듯 뻔뻔하게 '언론의 정도'에 대해 남말 하듯 할 수 있겠는가(참조.「조선일보의 正道」, 2002.03.05). '보도의 정확성'과 '신문의 책임성'은 이 땅에서 이미 폐기처분된지 오래다. 일상화 되다시피 한 <조선일보>의 '오보 퍼레이드'가 그 증거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조선일보>는 창간 82주년 기념사설에서 "보도의 책임성 정확성을 위배했을 때 엄중한 사회적 징벌을 피해갈 수 없다는 자각을 하가에 이르렀노라"고 했지만, 그러나 <조선일보>는 오늘도 여전히 대한민국 여론을 장악한 '태평로 보스'로 군림하고 계시다. 잘못된 신문지에 '사회적 징벌'을 가할 주체가 부재한 탓이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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