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속에 삶이 담겨 있어요.사는 일이 힘들지만, 그래도 언제나 즐겁게 살아가자고 늘 다짐을 합니다. 글 속에 '동생들'은 서늠이 아주머니를 도와 밥집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을 말한답니다.
손현희
살갑게 맞이해주는 것도 기분 좋은데, 이렇듯 자전거 타는 사람 마음까지 헤아려주니 무척이나 흐뭇했지요. 짬뽕밥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밥집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벽마다 커다란 종이가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자세히 보니, 달력종이 같기도 하고 도화지 같기도 한 종이에다가 삐뚤삐뚤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게다가 종이마다 날짜가 모두 적혀있는데, 바로 며칠 앞서 쓴 글도 있더군요. 그리고 글마다 '서늠이'라는 이름 석 자가 빠지지 않고 적혀있는데, 몹시 궁금했어요.
궁금한 마음에 묻는데, 이 아지매는 대답 대신 덮어놓고 방안에 들어가 보라고 하시네요. 아무리 그래도 낯모르는 이의 방안까지 선뜻 들어가기가 뭣했지만 뭔가가 매우 남다른 게 있을 거란 생각에 들어가서 보고는 입이 딱 벌어집니다. 방 안 벽마다 틈이 없을 만큼 아까 보았던 그런 종이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어요. 벌써 오랫동안 그 자리에 그렇게 붙어 있어 빛깔이 누렇게 바랜 것들도 많았어요.
"아니, 이걸 모두 아지매가 썼단 말이에요? 와우! 대단하시네요. 어머나, 2003년에 쓴 글도 있네요?""2003년엔 우리 영감이 돌아가실 땐데 그때 것도 있을 거여."벽마다 온통 아주머니가 쓴 일기 글로 가득 찬 것도 놀랍지만, 글속에 묻어나오는 그날그날 일들을 찬찬히 읽어보니 가슴 짠한 글도 많이 있더군요. 화상을 입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직도 아프다는 글도 있고, 오늘은 어떤 손님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는 글도 있고, 또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미의 간절한 바람도 있고, 힘들어도 참되게 살자는 굳은 다짐이 적힌 글도 있었어요.
"아지매, 이런 글은 언제 쓰신대요? 밥장사하기도 힘드실 텐데….""아침에 눈뜨면 바로 써요. 일어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일기 쓰는 거여. 글씨는 삐뚤빼뚤하고 안 맞는 것도 많을 거여. 그래도 난 내 마음을 고대로(그대로) 쓰는 거여. 넘들이 보면 흉볼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래도 저렇게 써서 붙여놓고 나면 마음이 편해."
"나 일기 쓰라고 울 며느리가 스케치북을 사다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