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왜 소통조차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최원석 본부장은 "며칠 전에도 내려오도록 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 배터리를 올려보내도록 했는데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거짓말한다"며 호통을 쳤다. 그는 "수자원공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화 통화가 된다고 했는데 보다시피 되지 않는다. 여기 활동가들은 사흘 전부터 전화가 안 됐다고 한다. 저 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따졌다.
김영우 팀장은 "전화기를 꺼놓은 모양이다. 현장에 있는 경찰에 연락해서 확성기로 전화를 켜놓으라고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소통이 되어야 하고, 배터리라도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처음에 정 의원은 시민사회진영 대표들과 가겠다고 했다가 수자원공사가 거부하자 수정해서 제안했다. 두 활동가가 소속해 있는 환경연합 대표 1명씩과 함께 가도록 해달라고 했다. 낙동강연대는 박창균·문형병 공동의장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기호 단장은 국회의원과 보좌관만 들어가면 안내를 하고 다른 사람은 안된다고 했다.
"진주-부산환경연합 공동의장 2명만 가겠다"
정 의원이 사정하듯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해외토픽감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수자원공사가 안전을 걱정하는 게 진실인지, 정직하게 하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주에 있다가 달려온 박창균 공동의장은 "수자원공사가 말하는 안전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실성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원은 '인도주의' 논리를 들고나왔다.
"전쟁포로도 인간적으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먹는 것도 그렇지만 격리된 곳에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지금 전화통화도 안되는데, 수자원공사는 국민대표를 속인 것이다. 두 사람이 들어가서 농성자들한테 내려오도록 설득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결국에는 수자원공사를 도와주는 일 아니냐."
옆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렸다. "인간적으로 너무한다. 내 자식이 올라가 있다고 하면 그냥 있겠나"라거나 "결국에는 안전 때문에 안 된다는 말 밖에 없지 않나", "완전히 죽이려고 하는 것 같네", "그 안전이라는 게 수자원공사 직원의 자리 안전이냐", "두 활동가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경찰이 그 아래에서 확성기로 방송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말이 나왔다.
정동영 의원은 "분노를 누르면서 말하는데 수자원공사는 공기관이고, 간부들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들어가서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왜 안 된다는 것이냐. 어떻게 보면 당신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본부장 "자신할 수 없다" 했다가 사과
또 그는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서 설득해야 한다. 이곳은 국민 세금을 집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두 활동가의 무사귀환을 막고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의원이 최원석 본부장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사귀환시키는 게 수자원공사의 책무냐?"
최 "책무다."
정 "그러면 내가 가서 설득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보나?"
최 "자신할 수 없다."
정 "내가 여기에 선동하러 온 사람이냐. 뭐 자신할 수 없다고. 그 말을 취소하고 사과하라. 내가 가서 안전귀환을 설득하겠다는데 그게 무슨 대답이냐. 사과하라."
최 "착각한 거 같다. 취소하고 사과드린다."
정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최원석 본부장이 "자신할 수 없다"는 말에, 정 의원은 물병을 들거나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나무랐다. 이에 최 본부장이 "사과 드린다"고 말해 일단락되었다.
이후에도 한참 동안 대화가 오고갔다. 정 의원은 계속해서 설득하려 했지만,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기호 단장은 "현장 책임을 진다"며 안전 때문에 국회의원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낙동강국민연대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수자원공사에 항의했다.
"수자원공사가 안전귀환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제시해 보라. 말하지 않는 것은 계획이 없거나 공개할 수 없는 방법이 있는 것 아니냐", "에어컨 틀어놓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을 모르는 모양이다", "본부장과 단장이 결정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누구 지시를 받느냐", "두 활동가와 연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연결한다고 한지가 두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되고 있지 않느냐", "조폭 비슷하구만. 불법으로 공사하다 보니 저 사람들이 죽어도 괜찮은 모양이다."
정동영 의원은 "유엔 인권사회규약에 보면, 어떤 경우 어디서라도 인간은 최소한 기본권을 차단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 그리도 저들은 우리 국민이다. 지금 상황은 통신을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범법자라 하더라도 비인도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가족과 동지들과 원활하게 통화하도록 하는 게 기본권이다"며 "안전하강을 위한 협조를 거부했는데, 만일 앞으로 여차한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면 수자원공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따지겠다. 본부장과 단장은 청문회에 불려 올 수도 있다. 수자원공사만 '선'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도 국민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정 의원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정 의원은 두 차례 화장실에 다녀왔다. 이어 정 의원은 보좌관과 함께 김기호 단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정 의원이 안으로 들어갈 즈음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소속 목사·스님들이 출입문 앞에서 수자원공사를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홍술 목사는 출입문 위에 올라가 넘어 들어갔고, 곧바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정 의원이 먼저 들어가고, 20여 분 뒤 문현병·박창균 공동의장이 들어갔다. 이들은 잠시 뒤 공사장 밖으로 나왔으며, 정 의원 일행은 인근 식당에서 오후 4시경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정동영 의원 등 4명 들어가... 몸 상태는 괜찮은 듯
장형철 보좌관은 "먼저 들어가서 배터리와 물을 올려보냈다. 철탑 아래 가물막이 구조물 위에서 확성기로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정 의원과 공동의장 3명 모두 올라간 뜻이 충분히 반영되었고, 국회에서도 '특위'를 만들 것이니 내려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활동가는 감사하다고 말했고, 몸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했다. 처음에 두 사람은 '4대강사업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내려와 달라는 말에 두 사람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010.07.30 20:3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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