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둔치의 모습
김재송
부산 삼락둔치에 이르렀을 때는 순례의 마지막 날(21일)이었다. 낙동강을 따라 내려온 우리는 둔치의 푸른 일렁임과 마주했다. 무수한 갈대가 바람을 빚어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넓고 경이로운 곳이었다. 습지와 물억새, 부들과 버들 사이로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물이 살아 움직인다. 그곳에 낙동강 3공구 건물이 들어서 있다.
길가에는 맹꽁이 서식을 확인하기 위한 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삼락둔치는 부산시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준설토 적치장을 세우려고 했다가 맹꽁이가 발견되자 공사를 중단한 곳이다.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가 평소 활동할 때가 아닌 5월에 발견되자, 사람들은 말했다.
"맹꽁이도 살고 싶어서, 자기들이 있다는 걸 알리려고 일찍 나왔다." 근처에는 부산시건설본부 이름이 박힌 흰 푯말도 세워져 있었다. 7, 8월 우기 동안 삼락둔치 일대 맹꽁이의 서식실태를 조사한다는 것이었다. 발견된 맹꽁이는 대체서식지에 방사될 것이다. 눈에 띄는 트랩은 숲 안이 아닌 산책로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햇볕에 타 말라죽은 맹꽁이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장마가 끝나고 맹꽁이의 울음이 그친 후, 이곳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낙동강을 따라 오면서 보았던 거대한 준설토의 무덤들을 이곳에 쌓아놓겠다고 한다. 함안보 쪽에서는 검은 오니를 육안으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강바닥을 다 구르지 못한 돌멩이, 죽은 물고기, 채 삭혀지지 못한 독을 토해내며 모래더미는 산을 이루었다. 그 모래가 푸르른 맹꽁이와 물억새와 습지와 밭을 덮칠 태세다.
침사될 위기에 놓인 삼락둔치... 농민들은 울고 있었다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 활동가가 간밤에 분개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수변습지와 자연초지에 적치장을 조성하면 큰기러기, 황조롱이, 고니, 맹꽁이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낮에 만난 관의 관계자가 간단히 대답했단다. "맹꽁이는 옮겨주면 되고, 기러기는 날개가 있으니 알아서 다른 데 날아가지 않겠냐?"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힌 관료를 두고 활동가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 폭을 500여m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계적인 논리로, 삼락둔치 수변은 절개되고 자연초지구간은 침사될 위기에 놓였다. 낙동강 부산구간 공사는 제2하굿둑 건설 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하굿둑까지의 물길을 넓히려고 바닥을 준설하고 둔치를 절개할 예정인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설명도 설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삼락둔치의 미물들은, 농민들은, 어설픈 트랩 안에서, 컨테이너 안에서 말라 타들어가며 자신의 존재로써 시위했다.
초지 안에는 밭이 있고, 농부들이 밀짚모자에 흰 장갑을 끼고 쭈그려 앉아 일하고 있었다. 농막 앞에는 '농민들은 내쫓고 썩은 준설토가 웬말이냐'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4대강 중단'이라고 쓰인 깃발이 장대 끝에서 펄럭인다. 영상기록을 하는 박채은씨가 한 여성 농민에게 다가갔다. 그분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도와주세요. 우리가 몇 년 후에 죽는 것도 아니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갑니까. 우리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여기서 조용히 농사짓고 살겠다는데, 대체 왜 우리를 쫓아내려는 겁니까? 도와주세요…." 부산 사상구청은 삼락둔치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191명에게 "6월 30일까지 영농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계고장을 보냈다. 2차 계고장은 7월 30일을 기한으로 하고 있다. 농민들의 목표는 하나, 2005년에 부산시와 협의한 대로 당대계약을 준수해 자신들의 땅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죽을 고생해서 땅을 살려냈는데, 다시 내놓으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