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환경운동연합
농성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다. 이포보에 오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중이염 증세로 몸져누웠고, 함안보의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고열에 시달리며 설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극도의 피로감에 탈진증세를 보이는 등 농성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농성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내려올 수 없다"는 이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농성자들은 그동안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의지를 표명해왔다.
김종남 사무총장은 그동안 환경단체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펼쳐왔던 4대강 사업 반대 활동과 성격이 다른 '점거농성'을 벌인 것에 대해 "정부가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니 밖에서라도 중단하게 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총장은 "지금은 법정홍수기간으로 4대강 공사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활동가들의 희생과 후유증이 클 점거농성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또 "이제 곧 국회에서 2011년 국가예산을 다룬다"며 "4대강 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문제를 확인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울과 경기도 여주를 오가며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종남 사무총장 인터뷰는 27~28일 이틀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김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
"4대강 사업이 진전될수록 홍수 피해는 커질 수 있다"- 농성자들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6일째 들어서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점거농성) 지원상황실에 있는 사람들도 지치는데, 뜨겁고 좁은 보 상판 위, 크레인 조종석은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나? 최수영 처장은 고열에 설사도 했다고 하고, 박평수 위원장과 염형철 처장은 중이염에 더위까지 먹어서 기운이 빠져 있다."
- 고공농성 7일째다.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 견딜 만큼 견뎌보라는 태도로 보이는데,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추진본부 부단장이 왔었지만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만 늘어놓다 돌아갔고, 문제의 핵심인 청와대는 아직까지 무반응이다. 여주지역 찬성단체 회원에 의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폭행과 지원상황실 침탈 사건이 사회문제화된 후 경찰에서 정보수집도 하고 요구사항도 확인하고 있으나, 5명의 활동가가 교각과 크레인 위에 올라가며 한 요구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이 없는 상태다."
- 이번 고공농성을 보면 환경운동연합으로서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 같은데 정부는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하다. 농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가? "원하지 않으나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반응이나 대화의지를 보인다면 농성을 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그동안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4대강 사업 반대활동과 다르게 어느 정도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에 들어갔다. 고공농성을 택한 이유는?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왔다. 사업입안 단계에선 법적·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계획자체를 무효화하고자 했고, 착공 단계에선 4대강 유역 곳곳에서 착공저지를 위한 집회와 시위도 했다. 4대강 사업 예산편성을 막기 위해 국회투쟁도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정부가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니 밖에서라도 중단하게 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지금은 법정홍수기간으로 4대강 공사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이 진전될수록 홍수피해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낙동강에서 확인되지 않았나? 그러나 활동가들의 희생과 후유증이 클 점거농성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 수위 높은 투쟁이 실패할 경우 내부에서 무력감이 생길 수 있다. 농성을 통해서도 환경연합의 세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우리의 요구는 환경운동연합만의 요구가 아니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뜻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환경단체의 부분적 의사라고 대통령과 정부가 생각해서 무시한다면 크나큰 오판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신념이 대통령에게 있듯이 우리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그 믿음으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농성을 시작했고 대통령이 응답할 것으로 믿는다.
4대강 사업 중단 및 국민대화기구와 국회 검증기구 구성 요구는 새삼스런 게 아니어서 대통령이 결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해 일주일 분량의 식수와 식량만 준비해서 갔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위에 있는 5명의 활동가가 내려올 수 없고, 길고 힘든 과정을 환경운동연합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견뎌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