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성미산지킴이 템트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이다. 이들 나무에도 톱질을 해놓다해서 확인하러 가까이 가려하니 위험하다고 가지말라고 한다.
성미산대책위
성미산 주민들의 성미산 사랑, 그 역사는...주민들은 지금 너무나 힘겹다. 마을공동체라고는 하지만 500여 가구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공사를 막고 있는 형편인데,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도 많다. 그럼에도 하루를 몇 개로 쪼개어서 산을 맡을 당번을 정해 활동하고 있고, 급한 문자가 가면 한걸음에 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든다.
한 마디로 이들은 요즘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싸움이라고는 해보지도 못했던 엄마들은 벌목 공사 인부들에게서 집에 가서 애나 잘 보라는 욕설을 들으면서 인부들을 따라다니고 있고, 일터에서 잠시 휴가를 내고 산을 지키러 온 아빠들은 사유재산 침해하는 뻔뻔한 인간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전쟁 상황과 같이 매일 24시간 번을 짜서 산을 지키고 있다. 울다 실신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 나무에 유난히 집착하고 환경훼손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서울가 성미산에 배수지를 짓겠다며 천여 그루의 나무를 잘랐다. 2년여의 투쟁 끝에 결국 배수지가 필요없다는 것을 밝혀내고 성미산을 지켰던 마을 주민들에게 성미산은 큰 자랑거리였다.
주민들은 황폐해진 산에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꿨다. 성미산 주민들 모두가 자신 또는 자녀의 이름으로 성미산에 나무 한두 그루는 가지고 있다. 성미산 숲은 성미산마을공동체의 상징이며 구심점이고, 삶의 터전이며, 삶을 함께해온 친구이다. 이들이 온몸으로 지키는 것은 단지 공사를 방해하려는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 아니라 성미산의 생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미산 마을 주민은 홍익재단이 집요하게 나무를 베려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일단 산을 황페화시켜 버리면 추후에 인허가 과정이나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미 망가진 산이니 학교를 짓자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환경을 파괴하고 지어야만 하는 건축공사에서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를 알기 때문에 성미산 주민들은 더욱 열심히 산의 훼손을 막는 것이다.
성미산 훼손하는 공사만이라도 일단 중지하라성미산 마을 주민은 사유지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바라고 벌목을 막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마을에 흘린 괴소문처럼 20억을 요구하며 공사를 훼방 놓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도심의 아름다운 숲을 훼손하고, 인근 주민과 아이들의 통학 안전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대안적 생태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공사를 중지하고 짚어보자는 것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자는 것이다.
일단 숲을 죽이는 일을 중지하고 2009년 서울시의 용도변경 승인 과정과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내려진 학교건축승인과정이 정당한 절차와 적법한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결정인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설령 그 과정과 승인 행위에 심각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포구에 하나뿐인 자연숲 성미산을 훼손하면서까지 학교를 지어야 하는지, 다른 곳에 학교를 짓고 숲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전학까지 불사하겠다는 학부모가 나올 정도로 자녀의 통학 안전권과 건강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미산 주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처럼 매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양측의 신고로 출두하여 고소와 고발 또는 합의를 제안하는 경찰 이외에는 사회의 제도적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산의 훼손을 막는 사람들과, 그저 생계로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인부들과의 감정은 서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