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순이가 앞집으로 입양 갔던 새끼 달금이를 데리고 와 젖을 먹입니다.
송성영
아이들은 목테가 채워진 달금이 녀석이 안타까워 그냥 집에서 기르자며 졸라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달금이 녀석을 집으로 데려와서 함께 지내기로 했습니다. 아내 말로는 박사장네 부인에게 우리집 아이들이 간절하게 원해 달금이를 다시 데리고 가야겠다고 했더니 무슨 이유에선지 얼른 데려가라 했다고 합니다.
내가 애지중지 개를 끼고 살지 않는 까닭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애지중지 품에 끼고 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강아지를 짧은 줄에 묶어 놓지는 않습니다. 개가 태어나 최소한 강아지적만큼은 자유롭게 커야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야 훗날에도 사람을 해코지하지 않고 서로 필요로 하는 순한 개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개에 대해 결론을 얘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개를 좋아하지만 또한 두려워합니다. 너른 벌판에 살면서도 풀어 놓고 기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잃어 버릴까봐 두려워하고 누군가를 물까봐 두려워합니다. 밭작물을 해칠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묶어 놓는 순간. 그 두려움은 배로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개와 가까이 해온 경험에 의하면 개는 묶어 놓고 기르게 되면 극도로 사나워집니다. 틈만 나면 왕왕거리고 짖어 댑니다. 풀어 놓았을 때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두려움을 주게 됩니다.
농작물에 주는 피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개를 풀어 놓고 기르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개는 어쩌다 밭에 들어가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 똥을 누거나 오줌을 갈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농작물을 밟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산짐승들이 주는 피해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산짐승들은 아예 쑥대밭을 만들어 놓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인적이 뜸한 들 너른 산간오지에서 개를 풀어 놓고 기르게 되면 오히려 농작물이 해를 덜 입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곰순이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개를 풀어 놓으면 개가 산짐승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단면만 보기 때문입니다. 개를 풀어 놓게 되면 산짐승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협이 되고 또한 그만큼 산짐승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개로 인해 농약이나 덫으로부터 산짐승들이 보호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곰순이는 평화 유지군곰순이가 새끼를 낳기 전입니다. 아주 예민한 상태에서 어느 날 밤, 평소와는 달리 다급하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집 짓고 남은 목재더미 근처에 있는 뭔가를 향해 집요하게 으르렁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