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외삼촌이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을. 외갓집이 있는 울산시 울주군 온양면 망양리 원동에 걸린 현수막
김가람
나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외갓집에 간다 해도 할아버지와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보통 명절 연휴 때 외갓집에 갔는데 경북 영덕에 있는 큰집에도 들러야 하기 때문에 밥 한 끼 정도만 먹고 오는 정도였다.
엄마가 간혹 들려주시는 이야기로 할아버지를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꼿꼿하셔서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외갓집은 시골이라 도시에서 살기 어려워 시골로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외갓집 방을 공짜로 내주며 살게 하셨다. 외할머니께 농사지은 곡식을 주라고 하시고 그런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증도 서 주셨다고 했다.
이런 외할아버지의 성품을 이어받아서인지 외삼촌, 이모들 또한 꿋꿋하게 살아가신다. 엄마와 함께 상경해 공무원이 된 외삼촌은 우리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잘 안다. 삼촌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공부를 하셨다.
이 삼촌은 '연어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연구'로 며칠 전 이학(理學)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촌이 연구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는 광견병의 8촌 정도 된다고 했다. 영문으로 쓰인 삼촌의 논문은 세계적인 바이러스 저널인 미국 학회지에 소개된다고 한다. 7년 동안 박사과정을 공부한 결과다. 앞으로 삼촌은 이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또 연구를 시작한다니 삼촌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