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06년 재건축 등이 시작된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쨌거나 언론 보도를 보면 DTI규제 완화(소득을 따져서 대출을 한도를 정하는 비율)를 일정한 범위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정부 사이드에서는 DTI규제 완화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듯하나 한나라당과 부동산 찌라시들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강부자 정권'인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어디 가겠습니까만.
현 국면에서 DTI규제의 대폭 완화는 어렵다고 보지만, 완화해 봐야 버블 붕괴를 몇 개월 지연 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이미 부동산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입니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의문이고요. 얼마 전 만났던 한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 연구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 할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정부가 이번에 DTI규제를 푼다면, 가계를 제물로 해서 폭탄을 돌릴 수 있는 데까지 돌려보겠다는 시도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기는 게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부동산 상승기, 왜 사람 값은 '똥값'이 됐나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는 늘지 않고, 가계들은 은행의 노예로 전락해 소비를 줄였습니다. 그 결과 생산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가 늘지 않고, 가계 소비 위축으로 내수는 계속 위축됐습니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 사람 값은 '똥값'이 됐습니다. 이제는 집값을 낮추고 사람 값을 높이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상위 5%의 부모세대들이 주도한 부동산 투기 붐에 우리 젊은이들은 어땠습니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시집장가를 못 갔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졌습니다. 미래의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기약합니까?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사회경제적 폐해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언제까지 이 거품을 짊어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집값 거품 빼기는 그 첫 걸음입니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입니다.
물론 거품을 빼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고통과 충격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탐욕에 가득 차 불로소득으로 국민경제의 폐해를 심화시키는 사람들에게 보상하고, 열심히 일한 근로소득자들을 처벌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하고, 투기적 탐욕이 절제된 검소함을 비웃는 시대를 접어야 합니다.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음을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풍선에 바람을 빼나가듯이 거품을 빼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바람이 빠질 만하면 다시 바람을 잔뜩 불어넣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시장원리에 맡기라'던 부동산 찌라시들은 이제 와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좀비가 된 자들이 자신들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어 정상적인 사람들을 좀비로 전락 시키려 합니다.
부동산 찌라시들은 지금도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도덕적해이로 가득찬 건설업체들과 저축은행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일반 가계들을 언제까지 제물로 삼아야 속이 시원할까요?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태어났나요?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2004년에 부동산 거품을 뺐더라면, 그리고 2008년에 거품을 뺐더라면. 거품 빼기를 지연시킬수록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점점 커져갑니다. DTI규제 완화로 지난해 늘어난 가계부채 45조원만큼 가계들이 제물이 됐습니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지금이라도 거품을 빼지 않는다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충격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현 정부는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철저히 망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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