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생면부지의 이방인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이명주
역 마당을 벗어나 좌측 도로를 탔습니다. 가는 길에 소년 두 명, 소녀 한 명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습니다. 생명부지의 이방인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참으로 예뻐 보였습니다. 풍경 고운 마을엔 사람도 짐승도 정이 많고 순합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부탁을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전해줄 방법은 묻지 못했습니다.
얼마지 않아 길 건너에 제일 고등학교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좀전 지도에서 봤던 이름입니다. 대로변의 분식집 주인에 물으니 이정표 따라 들어가면 육교가 나올 거고 거기서 봉화마을이 멀지 않다 했습니다. 말처럼 한얼 중학교와 제일 고등학교 사이로 난 흙길을 달려 철문 하나를 통과하니 육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측 도로를 타고 다시 길을 건너려면 무척 위험하므로 도보나 자전거 여행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대형 트레일러가 살벌하게 달리는 공단 지대를 빠져나오니 눈부신 초록빛 평야가 펼쳐진 기분좋은 도로가 나왔습니다. 그 분이 돌아와 살고자 했던 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얼마지 않아 노란 바람개비들의 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실감이 났습니다. 애써 구겨서 접어뒀던 마음이 외면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울컥울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