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서 라면을 먹는 사람들.추위를 피해 화장실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 변기에 오즘이얼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작은책
지난 겨울 월간 <작은책> 안건모 대표가 역사 기행을 갔다가 화장실서 밥먹는 사진을 찍어왔다. 남자 소변기에 누렇게 오줌이 얼어있는 화장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라면을 끓여 찬밥과 먹는 장면이었다.
"어휴 심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떻게 화장실서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을 끓여 먹어요?"라고 했지만 곧 나도 길거리서 밥도 먹고 라면도 먹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하철 역에서 무가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서너 시간 동안 쉼 없이 돌아다니며 신문을 올리고 접다보면 참을 수 없이 허기가 몰려 들었다. 때문에 20년 이상 입에도 대지 않던 커피믹스도 몇 잔씩 마시게 됐고, 노점상 하는 분들과 함께 길에 박스를 펴 놓고 라면도 먹고 밥도 먹었다.
허기지고 추워서 견뎌낼 재간이 없으니 남들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게 됐었다. 나도 길거리서 몇 번 밥을 먹어보긴 했지만 만일 찬밥과 김치 쪽을 옆 칸에서 누군가 '푸지직 뿡~' 용변 보는 화장실에서 먹어야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그것도 매일같이.
"전국 대학에 처음부터 청소아주머니들의 휴게실을 만든 학교는 없어요. 지금도 노동조합이 없는 학교에서는 청소 아주머니들이 계단 밑에 박스 깔아 놓고 점심을 먹습니다. 노조가 생긴 이화여대는 건물 밖 계단 밑을 막아 청소 아주머니들의 휴게실을 만들었어요. 건물 밖에 작은 공간이 생기고 나서 아주머니들은 천국에 온 것처럼 행복하다고 했어요. 작은 냉장고 하나 들여놓고 집에서 가져다 놓은 김치랑 밥 먹으면 그렇게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금남의 방이라 남자들 절대 못 들어오는 곳인데 특별히 허락해 준다고 해서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하종강(한울노동문제 연구소 소장) 소장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강의를 했을 때 우리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