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할머니의 아들 송알레그 박사(53세)라즈돌로노예라는 곳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지역의 유지였다. 한국의 동물병원 애완동물과 다른 전통적인 의미에서 말을 치료하는 전문가라고 한다.
김형효
필자가 전에 찍은 사진을 좋은 액자에 담아 드렸더니 흡족하게 받으셨으나, 한복만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 복잡한 마음을 다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당신의 신세 한탄이 겹쳐지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필자의 다른 일정으로 1시간 30분 거리를 때늦게 찾은 탓은 아닌가? 죄송하고 미안하고 안타깝다.
죄지은 마음을 하나 더 내 가슴에 얹는다. 그렇게 사양한 한복을 한 번 몰래 입어보셨는지? 필자가 건넬 때와 다르게 다시 곱게 접어서 봉지에 담아주셨다. 그 와중에도 집 마당 남새밭에 심었던 정구지를 담그셔서 밥을 내주시고 맑은 물을 떠다 주시며 밥상을 내미신다. 짧은 만남이지만, 두고두고 기억될 아련하고 아린 만남이 될 것 같다.
나는 할머니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할머니의 그 모습에 식사를 거절 못하고 맑은 물에 흰 쌀밥을 말아먹었다. 정성을 다해 차려주신 정구지도 독한 맛을 느끼게 했다. 그 한 그릇의 밥에 나의 슬픔을 함께 말았고 슬픈 우리의 역사도 함께 말아먹었다. 역시 내 마음처럼 역사를 당겨 하나로 버무리는 데까지는 너무나도 멀고 먼 거리까지 와버린 것은 아닌가? 이미 한계상황에 처해버린 우리의 역사적 과거와 현재의 화해는 불가능해진건가? 이곳 고려인들에게 그래 난 역시 나그네에 불과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기력한 시인의 사색만 남은 것인가? 한 사람의 봉사단원에 불과한 무기력이 한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