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채가 들어간 오이무침, 아니 오이가 들어간 복숭아무침.^^
한미숙
"어, 이거 뭐야?"
"그거 복숭아야. 채 썰어서 무쳤어."
복숭아를 넣어 오이무침을 했다. 마침 늙은 오이가 있어서 양파와 같이 '벌레먹은' 복숭아 두 개를 적당하게 채 썰고, 고춧가루와 파, 마늘을 넣고 살살 버무리니 그 맛이 별미다. 아삭거리는 오이와 양파 중간에 씹히는 말랑한 복숭아의 달큰함이 식구들에겐 낯설고 색다르다.
며칠 동안 복숭아는 이렇게 우리주방에서 여러 가지 음식에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배추 겉절이를 할 때는 조각을 내어 손으로 꽉 짠 다음, 손에 남아있는 복숭아건더기는 내가 먹고 겉절이는 알맞게 달았다. 어묵볶음이나, 김장김치를 볶을 때도 복숭아단맛이 자연스럽게 스몄다. 돼지고기로 양념불고기를 잴 때는 담담한 단 맛이 압권이었다.
비싼 복숭아로 별 짓을 다 하는 동안, 음식을 즐겁고 재밌게 만들었다. 호사했던 입은 자꾸 아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옥답'에도 송고했습니다. 농원사진이 없어서 무척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올릴 생각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