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활용되는 '서편제' 세트장
이상기
당집 주변에는 소나무밭이 조성되어 있고, 작은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비탈면 아래 밭에는 초분도 보인다. 초분이라고 하면 풀로 덮은 임시 무덤이라는 뜻으로 과거 해안지역에서 유행하던 장례문화의 유산이다. 아내와 나는 소나무 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옆에 있는 <서편제> 세트장으로 간다.
세트장이라고 해야 초가집 서너 채가 전부다.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그런데 초가의 한쪽 편에서 이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부침개를 부쳐 막걸리와 함께 내는 것이다. 그 외에 음료수도 팔고 있다. 시장한 김에 우리는 부침개를 시켜 먹는다. 도시에서 먹던 빈대떡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소박한 맛이 괜찮은 편이다.
그동안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청산도가 슬로시티가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이 동네 노인들에게도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1박2일 청산도에 묵으며 느낀 것이지만 청산도는 과거보다 경제에 눈을 떠가는 모습이다. 사실 사람 사는 일이 먹고사는 일일진대, 돈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화려한 외관의 <봄의 왈츠> 세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