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6세인 김씨는 28세때 사고를 당해 한 쪽 다리를 절단하고 하반신 척추 장애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서정일
그런 해프닝이 바로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김씨가 트럭 열쇠를 열어주러 갔던 얘기며, 아파트 열쇠를 열어주러 갔던 얘기다. 수년 전, 트럭 문이 잠겼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상황을 망각한 채 "예, 알겠습니다", 아파트 키가 잠겼어요라는 전화에 "예, 곧 가겠습니다"라고 말해버렸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비로소 자신은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인임을 알고 아차 했다는데, 그래도 손님과 약속이라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착해서도 높다란 트럭에 올라갈 수 없어 작업을 못하고 그저 공구통을 기사에게 주면서 옆에서 말로 지시했다는 것, 어찌어찌 작업을 마치고나니 운전기사가 농담 반, "작업은 내가 했으니 돈은 안 드려도 되겠네요?" 그래서 "공구는 사용했으니 공구사용료는 주셔야죠?"하면서 웃고 말았다는데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허전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지 거의 20년이 가까운데도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 김씨는 물론이라면서 "꿈을 꾸면 장애를 입은 현재의 상태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아직도 사고 나기 전,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모습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더 헷갈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