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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미디어
사진은 가르칠 수 없습니다. 사진찍기 또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사진읽기마저 가르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사진이 아닙니다. 이름난 사진쟁이가 가르칠 수 있는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평론가나 비평가나 지식인이 가르칠 수 있는 사진읽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깨우치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익히는 사진찍기입니다. 스스로 깨닫는 사진읽기입니다.
그러나 사진이든 사진찍기이든 사진읽기이든 대학교를 다닌다든지 사진강좌를 듣는다든지 하면서 배우려고 하는 우리들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도 사진이나 사진찍기나 사진읽기를 가르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떠한 강좌나 이론 또한 사진이며 사진찍기이며 사진읽기를 가르칠 수 없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곰곰이 살피면, 사진뿐 아니라 사랑 또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지 않습니다. 누구한테 아무개를 사랑하라고 가르칠 수 없을 뿐더러 어떻게 해야 사랑이 된다고 알려줄 수 없습니다. 사랑편지를 쓰라느니, 만나면 어디를 가라느니 하고 도움말을 할 수는 있으나, 마음이 맞는 두 짝꿍이 이루는 사랑은 두 사람 스스로 두 사람 깜냥껏 이룰 뿐입니다.
사랑만 스스로 깜냥껏 이루지 않습니다. 우리들 누구나 '어머니 손맛'을 이야기하는데, 어머니들 스스로 어머니 손맛을 이루어지기까지 누구한테서 살림살이 비법을 배운 적이 있겠습니까. 누구나 처음부터 어머니이지 않았고, 누구도 처음부터 어머니 손맛을 익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아내면서 차츰차츰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 손맛을 익힐 뿐입니다.
학자가 되는 길이든 교사가 되는 길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논문을 쓰거나 책을 내놓아야 학자가 아닙니다. 대학원을 다녀야 학자로 설 수 있지 않아요. 내 배움길을 스스로 갈고닦으며 살피고 가다듬으며 비로소 학자가 됩니다. 교대를 나와 교사자격증을 땄다고 교사이지 않습니다. 배움터에서 아이들하고 부대끼는 가운데 한 해 두 해 차근차근 교사다움을 익히고 받아들이면서 아주 천천히 교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