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히말라야 오를 수 있는 저력 누구보다 강해"

트레킹 가이드 네팔인 '라케스 다말라'씨와 함께 한 특별한 산행

등록 2010.07.15 09:36수정 2010.07.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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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라케스 다말라씨 "네팔로 오십시오. 네팔의 대자연과 함께 하십시오."

라케스 다말라씨 "네팔로 오십시오. 네팔의 대자연과 함께 하십시오." ⓒ 박병춘


"이번 산행에 네팔 사람 한 분이 동행합니다."
"네? 뭐라구요?"
"네팔 히말라야 등지에서 가이드를 하는 사람인데, 인터뷰 한 번 해보라고요."
"통역은 가능하지요?"
"통역요? 필요 없습니다. 한국 사람보다 말을 더 잘 해요."
"네, 알겠습니다. 소중한 경험이 되겠군요."

평소 산행을 함께 하는 박종근(47·서대전여고 국어) 교사의 전화를 받고 적잖게 긴장을 했다. 외국인을 몇 사람 만나보긴 했어도 네팔인은 처음인 데다 평소 산행에 관심 많은 터라, 히말라야 고지대를 오가며 안내를 하고 있는 산악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마냥 기뻤다.   


충북 괴산에 있는 악휘산 등반을 예정하고 이른 아침 대전 예술의 전당 주차장에 도착했다.  라케스(37)씨는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전혀 낯설지 않게 악수를 청했다. 차를 탄 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산행은 성광진(52·대전고 국어), 송치수(40·청란여고 역사) 교사와 함께 모두 다섯 명이 동행했다.

a 가족 사진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때 안내자로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일궜다.

가족 사진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때 안내자로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일궜다. ⓒ 박병춘


에베레스트, 마나슬루, 다울라기리, 마칼루, 칸첸중가 등 히말라야 일대 트레킹 코스를 끊임없이 오르내린다는 라케스씨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트레킹 사업을 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인과 함께 할 때가 가장 즐겁고 보람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한국 사람과 문화, 언어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라케스씨는 지난 2001년도에 히말라야 트레킹에 참여한 한국인 여성 최은주(37·대전유성생명과학고 조리학과) 교사를 만나 3년 동안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2004년 2월에 네팔에서 결혼식을 치렀는데, 당시 네팔 총리였던 지피쾌이랄라씨까지 하객으로 참석하는 등 2500여 명이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현재 7살, 4살인 두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a 아내와 두 아들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라케스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내와 두 아들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라케스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 박병춘


라케스씨는 결혼을 하고 나서 곧바로 한국에 들어와 어학 연수를 받았다. 한남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2년 동안 어학을 배웠는데, 이후 전국 외국인 한국어 경연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한국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의사소통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라케스씨는 영어, 인도어, 한국어, 독일어 등 외국어 구사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네팔에서 민주화 운동에 여념이 없는 형의 도움으로 트레킹 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는 라케스씨는 40여 명의 포터와 셀파를 거느리고 있다. 관광객이 아무런 불편 없이 네팔의 문화를 경험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게 라케스씨의 바람이다.


네팔 카투만두 트리뷰반 대학(우리나라 서울대 수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라케스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에 포터(짐꾼)부터 시작하여 1998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로 전환했고, 이어 2001년도부터는 '네팔로(www.nepalro.com)'라는 트레킹 전문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a 회사 동료들과 함께 라케스씨의 회사 동료들인 포터, 셀파와 함께

회사 동료들과 함께 라케스씨의 회사 동료들인 포터, 셀파와 함께 ⓒ 박병춘


라케스씨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운영을 강조한다. 가령 산악 고지대에서 포터나 셀파에게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 경우 거의 대부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라케스씨는 회사 이름으로 포터 기금을 마련하여 헬기를 부르는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실제로 작년 겨울에 랑탕에서 포터 한 명이 맹장이 터졌는데, 회사 기금을 이용해 헬기를 불러 생명을 건졌다고 한다. 사고시 헬기를 부르면 우리 돈으로 8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므로 일반 회사의 경우 엄두도 못내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런 탄탄한 회사 운영을 인정 받아 올해 미국 로스엔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네팔 트레킹 연수에 네팔 대표 회사로 초청받았다고 한다.

a 두 아들 네팔인 남편, 한국인 아내가 만나 탄생한 두 아들

두 아들 네팔인 남편, 한국인 아내가 만나 탄생한 두 아들 ⓒ 박병춘


라케스씨는 네팔의 히말라야 개발 논리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현재 안나푸르나에서 묵디나트까지 약 145km 구간에 차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4~5일 동안 걸으면서 대자연을 향유하는 것이 진정한 등산의 맛인데, 너무나 쉽게 대자연이 파괴되어 먼 훗날 지도자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히말라야'하면 엄홍길, 박영석, 오은선씨 등 전문 산악인을 떠올리게 돼 자칫 일반인에게 두려운 곳처럼 느껴지지만, 히말라야 해발 5000m 정도는 일반인 누구나 갈 수 있는 코스가 아주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에 있는 여러 산에 오른다는 라케스씨는 "한국인들이 주말마다 산행하는 모습을 보면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이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강하다고 본다"며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해 볼 것을 강조했다.

a 마분봉에서 "한국 사람들은 네팔 사람처럼 겸손하고 친절합니다."

마분봉에서 "한국 사람들은 네팔 사람처럼 겸손하고 친절합니다." ⓒ 박병춘


이어 라케스씨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중요한 요소 몇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네팔에 대한 기본 상식(민족, 문화 등)을 공부할 것. 둘째, 기본 산행으로 체력을 확보할 것. 셋째, 네팔에 와서 이틀만 지나면 한국 음식을 찾는데 가급적 네팔 음식에 적응할 것(밑반찬(고추장, 김치, 소주 포함)을 가급적 줄여야 포터들이 힘들어 하지 않는다). 넷째, 한국인의 등산 문화는 너무나 속도가 빠르니, 속도를 줄이고 대자연을 디자인하며 천천히 걸을 것.

a 네팔로 오십시오. "자연은 제 삶이고 일상생활입니다."

네팔로 오십시오. "자연은 제 삶이고 일상생활입니다." ⓒ 박병춘

라케스씨는 히말라야 트레킹의 장점으로 네팔인의 순수와 겸손, 친절을 내세운다. 많은 관광객들이 '산이 좋아서 왔지만 사람들이 더 남는다'고 말한다며 그런 말을 들으면 네팔인으로서 자긍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또한 관광객들이 자기 돈을 내고 왔지만 포터나 셀파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보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만족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라케스씨는 2001년도부터 트레킹 가이드로 활약하면서 네팔에 있는 모든 트레킹 코스를 둘러보았다. 티벳이나 인도 트레킹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일정은 짧게는 2박3일부터 수개월까지 다양하다. 보통 2주~3주 정도 일정이 적당하며 비용은 200만 원~250만 원 정도 든다.

한국에는 자신의 아내가 있기 때문일까? 트레킹 가이드를 하며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게 되는데, 가장 쉽고 편안한 관광객은 한국인이라고 라케스씨는 말한다.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은 포터들과 먹을 것을 나누어 먹고 친절하며 정이 깊은 사람들이라며, 직업으로 안내를 하기보다는 사람으로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라케스씨에게는 소망이 있다. 자신의 힘으로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짓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은 자신의 삶이고 일상생활이라고 말하는 라케스씨는 많은 관광객들이 네팔을 찾아 대자연을 향유하기를 희망한다.

한두 달에 한번씩 한국에 와서 가족과 회포를 푼다는 라케스씨는 "아내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 않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 그런 일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a 괴산 악휘봉에서 지난 7월 10일 대전 참메산악회원들과 함께 라케스씨가 악휘봉 정상에 올랐다.

괴산 악휘봉에서 지난 7월 10일 대전 참메산악회원들과 함께 라케스씨가 악휘봉 정상에 올랐다. ⓒ 박병춘

덧붙이는 글 | 이번 라케스씨와 인터뷰는 필자와 평소 산행을 함께 하는 박종근 교사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박종근 교사는 현재 국내 명산 종주는 물론 세 차례 히말라야 트레킹을 경험한 등반 베테랑으로 대전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참메 산악회를 이끌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번 라케스씨와 인터뷰는 필자와 평소 산행을 함께 하는 박종근 교사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박종근 교사는 현재 국내 명산 종주는 물론 세 차례 히말라야 트레킹을 경험한 등반 베테랑으로 대전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참메 산악회를 이끌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라케스 다말라 #네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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