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안학교 '틔움'에서 일제고사의 대안 프로그램으로 실시한 체험활동 중 학생들이 각종 재료들로 칠판을 만들고 있다.
안미소
13일 오후 1시30분. 서울의 여느 학교라면 한참 학업성취도평가(이하 일제고사)가 시행되고 있을 시간. 서울 상계동 대안학교 '틔움'에서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테이블 서너 개가 전부인 좁은 공간 안에 빙 둘러앉아 칠판 만들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함께하는 체험' 학습을 선택한 학생들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한 학생이 "다 만들었다"면서 분홍색 칠판을 들어올렸다. 칠판에는 보라색 분필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No test, No loser"
대안학교 틔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동체놀이, 칠판 만들기, 초 만들기 체험 등을 진행했다. 이 날 일제고사 대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15명으로, 중3과 고2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에는 선생님과 상의하여 대안학교를 찾은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스스로 '무단결석'을 택한 학생들이었다.
"당연히 혼나겠지만, 겁 나지 않아요"이날 참가한 학생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불렀다. 중3인 '클린앤'은 '왜 일제고사를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상에 시험보기 좋아하고 서로 경쟁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어디 있겠느냐"며 "저는 친구들이랑 경쟁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무단결석에 대한 걱정은 없냐'고 묻자 "당연히 혼날 것이다. 저희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보수꼴통 양대 산맥 중 한 명으로 불린다"면서도 "하지만 겁이 나지는 않는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칠판 만들기 작업이 끝나고 초 만들기, 비누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중고등학생이 하기에 다소 수준이 낮은 활동인 듯 보였지만, 학생들은 체험 내용보다는 방식에 의미를 두는 듯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이 아니라 함께 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아즈'도 "시험성적이 전부가 아닌데 그것 하나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생각에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찾았다고 했다.
'아즈'는 "우리가 선택했든, 선택하지 않았든 우리는 학교에서 팍팍하게 살고 있다"며 "그래도 함께 한다는 것이 삶을 조금은 덜 팍팍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틔움 담당자 임현정씨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고 진로를 찾아가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며 "이런 목적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