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씨가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KBS 블랙리스트' 의혹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열린 'KBS 블랙리스트 파문' 토론회에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KBS 블랙리스트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KBS가 '싸움꾼'이 된 듯하다. KBS는 내부 구성원인 KBS 새 노조(언론노조 KBS 본부)의 파업을 '불법'이라 몰아붙이며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외부에도 '적'을 둘이나 뒀다.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청자이자 국민이 하나고, 나머지 하나는 KBS 내 블랙리스트(출연 금지 명단)의 존재를 주장하는 방송인들이다. '국민-방송인-내부구성원'의 삼각편대 정중앙에 서서 등을 돌린 형국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와 맞선 KBS 진땀
이 싸움의 공통점은 KBS의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KBS 새 노조는 지난 1일 단체협약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KBS 사측은 새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하며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할 것이라 엄포도 놓았다.
이러한 사측의 강공에도 새 노조는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사측이 2차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1차 명령을 들었던 조합원들은 한 번 겪어서 그런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KBS 측의 대응은 합법적인 파업을 막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인력 투입 등 KBS 사측의 파업 와해 작업에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조합원 내부 움직임도 시간이 갈수록 적극성을 더하고 있다. 파업 시작 때 850명가량 되었던 조합원의 숫자는 현재 937명으로 늘어났다. 새 노조와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KBS 구성원들의 노조 가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 카메라 감독협회구성원들도 집단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주 내에 새 노조 조합원은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파업을 시작한 지 12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파업의 동력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불붙고 있는 셈이다.
KBS에 고소당한 방송인들 "끝까지 대응할 것"외부의 '적'들은 배수진까지 치며 KBS를 압박하고 있다. KBS 내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던 방송인 김미화씨는 KBS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직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지난 10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린 건 떳떳했고, 결코 후회하지 않으며, 변호사를 선임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BS는 김미화씨뿐 아니라 '자신이 출연했다는 이유로 KBS가 프로그램을 없애버렸다'고 주장한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와 자신 역시 '블랙'(출연 차단)을 당했다고 밝힌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에 진중권씨는 무고로 KBS를 맞고소할 방침이다. 유창선씨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블랙' 사례의 증거를 제시하며 KBS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유씨는 "거짓을 고발하고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고소'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에 고소당한 이들 모두 고소에 위축되지 않고 KBS를 상대로 적극 대응을 표명한 것이다.
시청자들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수신료 올려?" 발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