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사건 추모공원에서신원면 거창사건추모공원에 갔을 땐,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목숨들,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숨져버린 그들의 넋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삭혀야 했답니다.
손현희
참으로 많은 곳,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힘든 길도 마다않고 여러 곳을 두루 다녔지만,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답니다. 보람되고 즐겁기도 했지만, 아마도 오고가는 내내 너무나 힘들었고 고생스러웠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그때를 얘기할 수 있나 봅니다. 무척이나 또렷하게 지나온 과정들이 떠오르네요. 바로 지난 2008년 한여름 휴가 때 35도를 넘나드는, 너무나 뜨거웠던 땡볕과 가도 가도 끝없는 오르막과 씨름하면서 다녀왔던 경남 거창군이랍니다.
나흘 동안 꼬박 자전거를 타고 거창으로 휴가를 다녀온 뒤, 거창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도 구석구석 길을 더 잘 알 만큼 그야말로 샅샅이 돌아왔어요. 경북 성주군 수륜면 고개를 넘기 시작하여 가야산자락을 타고 합천 해인사를 거쳐 거창으로 들어가 양평리 금용사, 심소정, 일원정, 김숙자사당, 오가는 길목에 있는 문화재란 문화재는 거의 모두 살펴보았고, 이름난 곳도 모조리 둘러보았지요. 무엇보다도 거창군 신원면에 있는 '거창사건 추모공원'까지 가서 함양 용추계곡을 넘어 다시 거창군으로 돌아오기까지 산 고개를 몇 개나 넘었는지 모릅니다.
해는 넘어가고 길은 잃어버렸고
거창 다녀온 이야기를 떠올리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길을 잃어버려서 고생을 무척이나 했던 거랍니다. 휴가 첫째 날, 구미에서 시작하여 성주군 수륜면을 거쳐 합천 해인사를 돌아보고 거창으로 넘어가려고 온종일 땡볕과 씨름하며 끈적끈적한 오르막길을 올라왔는데, 해인사 꼭대기 '고불암' 쪽에서 그만 길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땐, 구글어스 위성지도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갔는데, 그다지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 자전거 모임 식구들한테 거창으로 넘어가는 길이 100m쯤 나 있다는 얘기만 듣고 왔는데, 아뿔싸! 아무리 찾아도 그 길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