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습필리핀 귀환 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인터뷰 모습
고기복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유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과는 함께 박장대소하며 웃기도 했고, 아직 아물지도 않은 누군가의 상처를 후비는 모진 일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어 먹먹해진 가슴과 벌건 눈동자를 감추지 못해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고, 과거를 회상하다 설움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역시 인터뷰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도 국경을 넘으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려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실태조사는 '이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주노동자 권리 협약' 비준 거부하는 대한민국
국경을 뛰어넘는 자본의 이동, 노동력의 이동은 국가, 인종, 민족 개념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력을 부르면, '사람'이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이주노동자들을 한국 사회 주변부의 '타자'로만 치부해 버리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그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고 고단하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 인구의 3%이상이 국경을 넘어 이주 노동을 떠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주노동을 또 다른 삶의 한 방편일 뿐,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인식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UN))은 세계인권선언(48), 모든 형태 인종 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65), 국제인권규약(66), 외국인권리선언(85)을, 세계노동기구(ILO)는 이주노동자협약 및 권고(49)와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역(58), 이주노동자 보충협약 및 권고(75)를 한 바 있다.
아울러 90년 유엔에서 채택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의 정식 명칭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2003년 7월 1일 기점으로 발효되었는데, 유엔은 협약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2월 18일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로 선포하였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비준을 거부하고, 세계 인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