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은상궁이 된 동이(한효주 분, 오른쪽)를 따르는 궁녀들.
MBC
주인공인 동이 최 숙빈(한효주 분)의 궁궐 복귀를 계기로 MBC 드라마 <동이>의 주 무대는 다시 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궁녀들의 삶이 시청자들의 시야에 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6일 방영된 제32부에서는 '왕과 잠자리를 가진 궁녀' 즉 승은상궁이 된 동이의 처소를 중심으로 궁녀들의 이러저러한 삶이 부분적으로 스케치되었다. 중전 장 희빈(이소연 분)의 눈치를 보느라 동이의 시녀가 되기를 꺼려하는 궁녀들의 모습, 장 희빈 측이 동이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퍼뜨린 괴질에 걸려 몸져누운 궁녀들의 모습, 동이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자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동이의 시녀가 되기를 자청한 감찰부 궁녀들의 모습 등등.
여느 사극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동이> 역시 다분히 지배층 혹은 상전의 관점에서 궁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중전이나 후궁에게 전적으로 충성하고 그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궁녀들의 모습만 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급 궁녀의 시각에서 궁의 삶을 보여주는 장치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궁녀의 삶, 아니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性)과 관련하여 조선시대 궁중의 이미지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궁녀의 동성애에 관한 것이다.
실록에도 자주 기록된 궁녀들의 동성애궁녀는 공노비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얽매인 신분인 데다가 국왕의 그늘 아래 있는 여인이라는 이유로, 국왕 이외의 남자와는 성관계를 할 수 없다는 법적 제약을 안고 있었다. 궁녀가 성관계를 할 경우에는 극형인 사형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점은 전직 궁녀는 물론이고 궁녀 밑의 무수리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그 같은 법규가 궁녀의 성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법이 될 수는 없었다. 단 몇 년간이라면 모를까, 아예 평생 동안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금령이 제대로 지켜질 리는 만무했다. 이 점은 일부 궁녀들이 궐 밖으로 몰래 나가 고관대작들과 이성관계를 맺거나 아니면 일부 궁녀들끼리 궐 안에서 동성애를 한 사실 등에서 확인된다.
궁녀들 입장에서는 궐 밖에서 이성 상대방을 찾기보다는 궐 안에서 동성 상대방을 찾는 쪽이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래서 궁녀들의 동성애는 국가의 공식 역사서인 실록에도 자주 기록될 정도로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최 숙빈의 아들인 영조의 집권기를 다룬 영조 3년(1727) 7월 18일자 <영조실록>에서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사헌부(감사원 혹은 검찰청)의 정5품 관원인 조현명이 올린 상소문에 궁녀들의 동성애 실태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궁녀들이 어떤 경우에는 친척이라고 하면서 여염집의 아이들을 궁궐에 유숙시키고, 어떤 경우에는 대식(對食)한다고 하면서 요사한 비구니나 천한 과부들과 더불어 (궁궐) 안팎에서 관계를 맺었습니다."이에 따르면, 궁녀들이 비구니나 과부와 더불어 '대식(對食)'이라는 관계를 맺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물론 궁녀들이 꼭 비구니나 과부와만 '대식'을 했던 것은 아니다. 뒤에 소개될 <연산군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궁녀들 간에도 '대식'이라는 행위가 벌어졌다.
궁녀 간 동성애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대식(對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