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송대본까지 사찰하나

경찰마저 언론 자유 침해하는 이명박 정권의 구태

등록 2010.07.09 19:39수정 2010.07.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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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생방송 진행을 앞두고 서울경찰청 박모 경위가 생방송 스튜디오로 들어와 담당 PD에게 대본을 달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날 생방송에는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이후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성과주의에 반발해 동반 사퇴를 주장하며 정면 대응했던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서울경찰청의 박모 경위는 무단으로 스튜디오까지 들어와 인터뷰 대본을 요구했다. 현재 MBC 구성원들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개 사과와 책임자 문책, 방송사 사찰에 대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1988년 각 언론사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가장 처음 단행한 일이 '기관원(경찰과 중앙정보부) 출입 금지'였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끊임없는 취재 검열과 감시, 사찰로 인해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받고, 탄압받아왔던 역사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20년 넘게 지난 2010년, 군사독재 시절에나 벌어졌던 일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 방송의 자율성이 얼마나 탄압받고, 억압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방송제작의 근간이 되는 방송법은 '방송자유와 독립의 보장'이란 문구로 시작된다. 또한 방송편성과 제작에 대해서 법에 의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권력기관을 동원한 언론인 탄압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양심적 언론인에 대한 해고와 징계, 체포와 구금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젠 그것도 모자라 경찰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난입해 대본까지 요구한단 말인가?

 

이명박 정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1980년대로 돌아가 언론사마다 사찰 금지와 기관원 출입 금지라도 써붙여야 한단 말인가? 방송에 대한 간섭과 부당한 압력이 커질수록 방송자유를 지키려는 언론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뿐이다. 시민사회도 언론인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논평 전문은 언론연대 홈페이지(www.pcmr.or.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0.07.09 19:39ⓒ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해당 논평 전문은 언론연대 홈페이지(www.pcmr.or.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MBC #사전검열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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