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정 시인은 세 번째 시집에 시 '자화상' 연작을 담았다. 사진은 2005년 5월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렸던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를 의기사에서 떼어낸 뒤 진주성 임진대첩계사순의단에서 고유제를 지낼 때 진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였던 박노정 시인이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오마이뉴스 윤성효
그러면 박노정 시인은 스스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벌금 오백만원정"이란 제목의 시부터 보자.
"뭉게구름의/투성이 먼지의/천둥벌거숭이/거두절미(去頭截尾)/벌금 오백만원정."박 시인은 2007년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진주민예총 회장이었던 박 시인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005년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려 진주성 의기사 안에 봉안되어 있던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를 강제로 뜯어냈다. 그 사건으로 검찰은 시민단체 대표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2심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박 시인을 포함한 시민단체 대표 4명은 벌금을 낼 수 없다며 노역장을 택했다. 당시 지역에서는 벌금 모금운동이 벌어져, 4명의 전체 벌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모였지만 이들은 검찰과 법원에 항의하는 뜻으로 진주교도소에 잠시 들어가 있었다.
진주사람들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자고 했던 것인데, 검찰은 기소하고 법원은 벌금형을 때렸다. 박노정 시인은 검찰과 법원이 이런 목소리를 듣지 않는 행태를 '거두절미'하는 것이라 보았다.
유홍준 시인은 박 시인을 "흔들림 없는 사람,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확신하는 사람만이 자화상을 그릴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인의 기골과 강단은 여전하시고 나도 그 곁에 있으니 고맙고 감사하다. 속악하고 더러운 시대만큼 재빨리 변모하지 못한 바보먹통! 시인이나 나나 '단벌 인생'이긴 마찬가지. 여기, 자꾸만 눈길이 가는 시편들이 있으니 '자화상' 연작들이다. 자신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 거듭해서 '자화상'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애'의 한 발로랄 수 있다."
2004년 여름 도법, 수경 스님 등과 함께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을 꾸려 지리산을 출발해 진주지역을 순례할 때 박노정 시인을 처음 만났던 박남준 시인은 시집 '발문'을 썼다.
"첫인상이 꼬장꼬장한 딸깍발이 선비 같았다고 할까. 박노정 시인의 시가 단단하고 깐깐하나 메마르지 않고 따뜻하게 젖어오는 것은 이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혈청년의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삶을 올곧게 살아가며 아니다라고 호통 치며 내치는 단호함 속에 '울컥'과 '거룩'과 '허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호서문학>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노정 시인은 시집 <바람도 한참은 바람난 바람이 되어>와 <늪이고 노래며 사랑이던>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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